‘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불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 파리회의가 시작됐다.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신(新)기후(氣候)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교토의정서가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 38개국에 국한해 감축의무를 부여한 반면,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극빈국 등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감축의무를 함께 지게 된다.

이번 파리 총회에서는 각국이 제시한 감축방안에 법적 구속력,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선진국의 대규모 재정지원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과거와 달리 각국의 책임회피를 막기 위해 정상급 회담을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합의한다는 원칙도 있다.

지난 2010년 유엔 당사국들은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100년엔 산업화 이전 보다 지구 기온이 4~5℃ 상승해 기후재앙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온 상승 폭을 2℃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합의했다. 2011년 총회에서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2015년 총회까지 제출하기로 결정해 지금까지 178개국이 2030년까지 자국의 감축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2014년 11월 그간 소극적이던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적극적인 감축의지를 밝히면서 감축목표 제출은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인도, 러시아, 유럽연합 등 주요 배출국들도 25~65%까지 목표를 제출했다. 결코 약속이행이 쉽지 않은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한다 해도 여전히 지구온난화의 급물살을 막기엔 너무 늦었다는 전문가들의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특별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인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책정해 지난 6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했다. 풀이하자면 2030년 BAU가 8억5060만t인데 이보다 37% 줄인 5억3588만t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가 인정한 녹색성장(Green Growth)을 주창해 선진국과 개도국간 가교역할을 할 유일한 나라로 인정받은 한국이 BAU 대비 37%라는 숫자를 가지고 COP21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겠는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기업을 비롯해 모두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기후변화가 경제성장 위주의 잘못된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의해 초래됐지만, 이번 파리총회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가혹한 피해를 입고 있는 대상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임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와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하는 삶을 목표로 도전해야 한다.

이번 파리총회에서 구체적이고 강력한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인간의 편익을 양보하고 불편을 감내할 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세계 정상들이 ‘신(新)기회(機會)체제’로 재정비하는 지혜를 나누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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