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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망자 181명으로 또 늘어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3차 피해신고 결과 310명이 접수했으며 이 가운데 38명이 사망피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피해 규모는 840명, 사망자는 181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정한 신고기한인 12월31일까지 접수가 진행되면 피해자 신고는 4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3차 피해 신고자들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이들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인지 최종적으로 판단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3차 피해접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자 4명 중 1명은 사망


1·2차의 경우 모든 신고자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정도에 따라 4가지 등급으로 분류됐다. 3차 피해신고자들도 모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고 밝힌 만큼 정도는 다르지만 피해자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12월11일까지 집계된 3차 피해신고자 가운데 사망자는 38명으로 1·2차와 합하면 모두 181명에 달한다. 전체 피해자 840명 가운데 21.5%가 사망피해자로, 10명 중 2명은 사망한 셈이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1·2차 때 대부분 신고했을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의외로 3차 피해사망자 숫자가 2차와 비슷해 여전히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피해신고에서 특이한 점은 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상을 보였지만 정밀검사를 통해 폐섬유화증상이나 폐암 등을 우려해 신고한 사례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초기에 경미한 증상을 보여 신고하지 않았지만 이후 폐검사를 통해 섬유화가 확인된 사례가 있고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후 10년 지나 폐암이 발병한 사례도 있다.

환경부가 정한 판단기준에 따른 간질성폐질환, 기흉과 같은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비염, 천식과 같은 비특이적 증상도 신고 돼 다양한 건강피해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제품들.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가장 많은 피해 ‘옥시싹싹’

3차 피해신고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은 1·2차와 마찬가지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었다. 3차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망자를 더하면 옥시싹싹으로 인해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다.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은 SK케미칼이 만든 PHMG라는 살균성분을 이용해 옥시레킷벤키저라는 영국계 다국적기업이 만든 가습기살균제다. 1994년 유공(현재 SK캐미칼)이 세계 최초로 가습기물통에 넣어서 사용하는 형식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개발했던 바로 그 제품이다.

이후 동양화학의 생활용품사업부에서 옥시싹싹 브랜드로 판매되다 2001년 레킷베킨저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양화학으로부터 매입해 한국시장을 장악했다

2011년 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모든 제품에 대해 강제회수 및 판매·사용 금지 권고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판매된 제품은 매년 60만병에 달하며 사용자는 겨울철마다 전국적으로 최소 8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도시 거주 일반 인구의 37.2%가 가습기를 사용했고 18.1%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연구조사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한편 3차 피해신고자 310명은 2차 169명에 비해 2배 가량 많은 숫자다. 이는 지난 10월26일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모임이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피해자 찾기에 적극 나섰고 언론들도 이를 보도한 덕분이다. 실제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기 전 70여명에 불과하던 신고 건수가 50여일 동안 4배 이상 늘었다.

큰딸, 작은딸 연달아 잃은 아빠

둘째가 2008 년 사망전에 사망전에 사용했던 사용했던 가정용

산소호흡기. 아이가 떠난 지 7년이 지나지만 지났지만 부모는 

아이의 생명을 연장해주던 이 기구들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전라도 광주에 사는 최모씨(50세)는 1997년 결혼해 그 해 첫째 여아를 출산한 직후부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는데, 이듬해인 1998년 7월부터 아이가 호흡곤란 중세를 보이면서 응급실에 실려갔고 만 4세인 2001년 10월 광주기독병원에서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으로 ‘호흡부전’, 중간 선행사인 ‘기흉’, 선행사인 ‘간질성 폐섬유증’으로 기록됐다.

 

이는 전형적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증상으로, 1994년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시작된 이후 가장 일찍 사망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0년 12월에 태어난 둘째 여아도 기침이 계속돼 생후 8개월인 2001년 8월째부터 치료를 받다 생후 1년8개월인 2002년 8월 폐섬유화 소견이 확인됐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진단서에는 ‘소아에게 희귀한 간질성 폐렴’이 기록됐다.

 

둘째는 호흡곤란으로 목 부위를 뚫어(기도삽관) 산소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결국 2008년 만 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어 2003년에 태어난 셋째는 만 12세로, 세상을 떠난 누나들과 같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보이지는 않지만 대신 피부알러지, 호흡이 편하지 않고 한숨을 자주 쉬며 가슴이 답답하다는 호소를 자주하고 식은 땀을 자주 흘리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족이 주로 사용한 제품은 옥시싹삭 가습기당번으로, 알약 형태인 엔위드 제품도 간혹 사용했다고 한다.

1997년 말부터 2011년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14년 동안 거의 매년 겨울마다 가습기와 함께 사용했다. 아이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사용했으며 병원 측에서 가습기살균제를 구비해 병원 직원이 직접 가습기물통에 넣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한다.

뒤늦게 2015년 12월4일이 돼서야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찾은 아빠는 “2011년 정부조사 발표 당시 아이들의 사망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두 아이를 잃는 과정에서 받은 끔찍한 고통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그러다 얼마 전 언론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를 마감한다고 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보고 아이들 엄마와 상의해 신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아이를 잃은 아빠가 가족이 함께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지목하고 있다.



아내와 태아 잃고 본인·아들도 피해

 

안성우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전국을 돌며 피해자 찾기 캠페인

을 벌인 것도 모자라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안성우씨는 “2011년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던 당시 EU가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며 덴마크에서 원료를 수입했다는 가습기살균제 ‘세퓨’ 제품을 2통 정도 사용하다 임신 7개월차에 부인과 태아를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그 해 8월 말 정부의 역학조사결과가 공개되고 어렵게 신고했지만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태아 사망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고 주민등록도 이름도 없기 때문에 접수하기 곤란하다“는 말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2년 한국환경보건학회 피해조사에서 노출된 가족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에 첫째 아이를 신고했고 결국 폐섬유화가 확인됐다.

안성우씨는 지난 12월11일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난 둘째와 본인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접수했다. 부인과 둘째 사망, 첫째 간호로 정신없이 지내던 중 본인 역시 한숨을 자주 쉬고 호흡이 짧아졌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로써 4명의 가족 중 2011년 사망한 엄마와 생존한 첫째는 1차 신고, 생존한 아빠와 2011년 사망한 둘째는 3차 신고를 통해 가족 전원이 피해자로 접수됐다.

정부가 12월31일 피해접수를 마감한다는 소식을 들은 안성우씨는 11월16일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부산을 출발, 전국을 돌며 ‘살인기업 처벌촉구 및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11일간 벌였다.

그리고 12월 한 달 동안 서울에 머물며 피해자 찾기 활동과 함께 여의도에 있는 옥시레킷베키저 앞에서 24시간 노숙농성 및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추운 겨울날 어째서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해기업은 여전히 소송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 못 지키면 국가도 아니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신고되지 않은 피해자가 많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환경부가 신고기한을 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신고기한을 정한 고시를 수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국 병원에서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거나 사망한 환자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피해자 찾기 홍보가 아니라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진을 커다랗게 인쇄한 포스터와 전단을 병원과 보건소, 버스정류장 등에 다량 배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특히 가습기살균제기 기존의 질환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닙니다’라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회자가 말한 울림을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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