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나무 주변뿐 아니라 마을까지 풍속 저감 효과

마을숲 통해 삶의 터전 보호했던 조상들의 지혜 확인

 

[환경일보] 여름에 잎이 무성한 숲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준다. 그렇다면 추운 겨울에 잎을 떨구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도 바람을 막아줄 수 있을까?

“수구(水口, 물을 끌어 들이거나 흘려 내보내는 곳)는 막힌 데 없이 아주 넓으면(寬闊) 좋지 않고, 나성(羅星, 산줄기)은 비거나 결함이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신라(新羅)의 왕업(王業)을 보았을 때, 천 년 역사를 가진 것은 비거나 결함이 있는 곳에 나무를 심고 산을 만들어 보(補)했기 때문입니다. 주부(州府)나 군현(郡縣)에서도 모두 도와서 보충한(裨補) 것이 있으니, 나무를 심거나 산을 만들어 보한 것입니다. 바로 지현론(至賢論)에서 말하는 바, (중략) 이제 우리나라 국도(國都)에 나성(羅星)이 비거나 결함이 있고 수구가 막힌 데 없이 넓게 되었은즉, 나성과 수구를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하오나 흙을 쌓아서 산을 만들어 채우려면(補缺) 성공하기가 어려우니, 나무를 심어서 숲을 이루어 가로막게 하면 작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세종 30년(1448년)에, 음양학(陰陽學) 훈도(訓導) 전수온(全守溫)이 ‘지리전서(地理全書)’에 근거하면서 마을숲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과거의 기록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마을숲. 마을숲이란 ‘한민족이 백두대간의 산악지역에서 몬순 계절풍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마을을 환경과 조화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조성한 숲’으로, 마을 경관의 일부이거나 마을이 공동으로 소유 또는 관리하고 보호하는 숲을 말한다. 이들 중 역사성, 문화성을 유지하면서 전승되고 있는 숲은 따로 구분해 ‘전통 마을숲’이라 불렀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경북 의성군 사촌리에 위치한 약 600년 된 사촌 가로숲에서 마을숲의 풍속 저감 효과를 여름·가을·겨울에 걸쳐 측정한 결과, 풍속이 강한 여름철에는 마을숲 주변만 풍속이 감소하지만 겨울철에는 마을숲 주변뿐만 아니라 마을숲으로부터 약 200m 떨어진 마을의 풍속까지 절반 가까이 감소시켜, 마을 전체의 풍속을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측정 결과 마을숲이 겨울철에도 주변 마을로 부는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마을숲 주변의 풍속이 여름철에는 83%, 겨울철에는 48% 감소했고, 마을 안쪽의 풍속은 여름철 26%, 겨울철 4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겨울철에 풍속 저감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을숲의 여름철 풍속 저감 효과는 알려져 있었으나 겨울철에도 마을숲의 줄기와 가지가 바람을 걸러내 풍속을 낮추고 멀리 마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의미 있는 연구 결과다.

여름철 마을숲 나무의 무성한 나뭇잎들은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난류(turbulent winds)를 만들고 마을숲 주변의 풍속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겨울철 듬성듬성한 나뭇가지와 줄기는 바람을 걸러내고 풍속을 누그러뜨려 멀리 마을까지 풍속을 낮춘다.
이번 연구 결과로 마을숲의 기상 완화 효과는 여름철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이는 북서계절풍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바람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마을숲의 풍속 저감 효과.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의 확인에 따르면 국내에 이러한 마을숲은 2014년 9월 현재 총 1335개소에 달한다. 이 중 1헥타르(ha) 이하 크기의 마을숲이 약 78%를 차지하는데, 작은 크기의 숲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크기는 작지만 역할은 크고 강한 마을숲이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마을을 세찬 바람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은 2020년까지 문화·역사적, 경관·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전통 마을숲 534개소를 복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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