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겨울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로 사람들은 방한복으로 몸을 꽁꽁 두르고 행여 문틈으로 칼바람이 들어 올까봐 문풍지를 바르는 등 보온에 공을 들인다.

그런데 가정, 사무실 등 실내에서는 거주자나 활동하는 사람들의 호흡에 의해 탄산가스 농도가 증가하고 산소량은 감소하면서 공기 질이 나빠진다.

특히 가정에서 음식물 조리 과정 중 발생하는 실내 오염물질은 실내 거주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간단한 환기(ventilation)를 통해 냄새·연기·먼지·세균·습기·가스 등이 포함된 더러워진 공기를 새 것으로 바꾸고 열이나 습기 등을 제거할 수 있다. 가장 즉각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추운 겨울 날 하루 몇 차례 씩 창문이나 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국립환경과학원 발표에 따르면 조리 전·후 주방 관리만 잘해도 실내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 생선 굽기처럼 연기가 발생하는 조리 과정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3,480μg/m3,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1,520μg/m3로 주택에서 평상시 농도의 2~70배 이상 발생한다.

육류 튀기기와 같이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에서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1,460μg/m3로 평상시 농도보다 2배 이상 높다. 반면, 육류를 삶는 조리 방식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119μg/m3로 나타났다. 굽기나 튀기기 방식 보다 삶는 조리방식을 택하는 것이 실내오염물질 발생을 줄이기에 효과적이란다.

또한, 주방 환기설비를 작동하지 않고 조리한 경우와 작동했을 때를 비교하면 오염물질 농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조리 후에도 실내에 남아있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서는 조리 후 30분 이상 충분히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 역시 겨울철엔 쉽지 않은 주문이다.

실내공기오염과 건강상 위해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주요 관심사로 다뤄져 왔고, 국내에서도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간 최대 600만명에 이르고 특히 실내공기오염에 의한 사망자는 28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내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실외에서 보다 사람의 폐에 전달될 확률이 1천배 높으며, 실내 오염도를 20%만 줄여도 급성 기관지질환 사망률을 최소한 4~8%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중이용시설과 신축공동주택의 실내공기질 관리 등 정부가 관련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설상가상으로 좋지 않은 실내공기를 깨끗이 한다는 상업성 광고와 더불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향기초(candle) 같은 것들이 성행하고 있다.

춥다고 막아 놓은 실내에서 단지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공기가 정화된다고 착각하며 사용하고 있는 초는 공기 중 탄산가스 농도를 높여 인체에 위험하다. 사회 행태 변화에 맞춰 국민들에게 필요한 환경정보들이 신속히 제공되는 현장 환경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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