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계속 나타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들은 기후변화 적응에 얼마나 투자할까.

적응을 위해서는 관련정책과 조직, 예산 등이 모두 필요하지만, 최근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적응정책 관련 예산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 조사에는 중앙부처 14곳 중 10곳, 광역자치단체 16곳 중 11곳에서 응답했다. 조사내용은 건강, 재난·재해, 농업, 산림, 해양·수산업, 물관리, 생태계 등 7개 부문별 적응 대책과 기후변화감시 및 예측, 적응산업, 교육·홍보 및 국제협력 등 3개 적응기반 대책이다.

‘제1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추진된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기후변화적응 사업·기간별 예산 및 집행내역을 조사했다.

먼저, 예산을 보면 정부 3조 1690억원, 광역시 2조8698억원, 도 16조6418억원 등 총 22조6803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응답했지만, 부문별 기후적응과 관련 없는 ‘경로당 운영활성화’ 같은 예산까지 포함시켜 응답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예산은 총 9조9585억원으로 조정됐다.

또한, 기후변화적응 사업 내용을 포괄적으로 적용해 기존 사업에 문패만 바꾸고 추가적인 사업발굴이나 예산확보에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적응과 관련해 아직도 추진할 사업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집행예산 2조3664억원을 정점으로 매년 예산이 줄었고, 2015년엔 1조9548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여전히 기후변화를 남일 보듯 하는 건 아닌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예산을 불필요한 것으로 폄하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분야별로는 산림분야가 지난 5년간 45~49%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이어 물관리, 재난과 재해 등이 뒤를 이었다.

광역시 중에서는 울산이 가장 많은 투자를 보였고, 적응산업과 에너지, 폭염저감 도시 생태 인프라구축 등 생태계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광역도의 경우 약 90%이상이 경기도 및 강원도에서 이뤄졌고, 하천정비, 친환경농업, 고도정수처리 등이 주요 사업이었다.

이번 조사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민안전처 등 4개 부처와 서울시, 세종시, 전라남·북도, 제주도의 자료가 빠져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나름 사정이 있었겠지만, 주요 부처들과 지자체들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행정기관들조차 기후변화라는 큰 파도를 경시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현실 여건상 지방정부들이 기후변화 적응관련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중앙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며, 지자체들은 기후변화라는 변수를 고려해 도시기본계획 등 기존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권한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관련 조사를 정례화하고, 신뢰도를 높이며 국민에게 쉽고 자세히 홍보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기후변화적응은 정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할 공동과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