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는 전 세계 150개국 정상을 포함한 196개국 정부대표가 모인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신(新)기후(氣候)체제’를 구축했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 38개국에만 감축의무를 부여한 반면,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극빈국 등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감축의무를 함께 지게 됐다.

그러나 각국은 여전히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태양열 이용과 풍력터빈 기술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실천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협의체 이클레이(ICLEI) 대표단도 파리에 참석해 국제사회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논의했고, 도시의 기후변화대응 의지를 담은 ‘이클레이 선언문’을 채택해 총회 참석 중인 각국 기후 장관들에게 전달했다.

이클레이 선언은 전 세계 170개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의 50% 가량이 도시와 지방 단위의 실천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향후 도시의 역할과 의지, 실천방안을 소개했다.

지구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감소, 100% 재생에너지 사용에 노력해야 하며, 개발도상국이 INDC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모든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최대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소재 기업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공조를 강조했다.

세계가 신기후체제를 맞아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역행하는 답답한 일들이 드러났다. 환경부가 2015년 6월8일부터 20일간 전국 8개 광역지자체에 대해 국고보조사업에 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21개 시·군이 약 599억원의 환경분야 보조금을 부당 집행했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도가 182억 2500만원, 경남도가 141억 4100만원, 강원도가 123억 7300만원, 울산광역시가 85억 6900만원을 부당 사용했다. 위반 분야별로는 폐기물처리시설 분야가 7개 기초 지자체에서 311억 6600만원을 부당 사용했고, 공공하수도 분야가 17개 기초 지자체에서 281억 8200만원을, 기타 분야에서 6억 200만원을 부당 사용했다.

하수도나 폐기물 분야 개발사업자에게 징수한 원인자부담금을 시설 설치사업비에서 제외하지 않고 과다하게 보조금을 부풀려 수령하는 방법이 동원된 것이다.

일부 기초 지자체들은 공공하수도의 경우 원인자부담금을 설치나 개선비용에 사용하지 않고 약품비, 전기료, 인건비 등 시설 운영비에 사용하고 이를 보조금에 포함해 신청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풀려 수령하다가 적발됐다.

앞으로 지속적 감사를 통해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와 문제점을 밝혀내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일선 환경행정의 최후 보루라는 지방자치단체 수장들과 공무원들의 의식이다.

세계가, 세계 도시들이 신기후체제에서 우선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지자체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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