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유형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이(GNI)이 2만8180달러로 체감경제는 싸늘한데도 소비트렌드는 그 이상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환산한 2014년 한국의 1인당 GDP는 이미 3만4000달러를 넘은 상태다.

개성이 강조되면서 각종 가구와 커튼, 벽지,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해 집 안을 꾸미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 시장이 뜨고, 복합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을 방문하면서 여가를 즐기는 '몰링(Malling)' 또한 자리를 잡고 있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보다 구매 과정, 서비스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두드러진다. 상향식소비패턴을 보이는 이들은 주로 20~30대 들로서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누린다.

소득수준과 상관없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 시장 규모는 2008년도 7조원, 2014년도 12조 5000억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보였는데 내 공간에 개성을 살려 꾸미고 싶은 욕구가 늘면서 홈 퍼니싱 시장 확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역시 소비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형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돈격, 차격, 그 다음이 인격’이라는 냉소적 표현이 유행했던 것처럼 여전히 자동차가 사회적 신분과 지위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대형차들이 잘 팔린다는 해석이다.

외제차도 잘 팔린다. 경차나 소형차 판매는 급감했지만, 소형 외제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2015년 상반기 외제차 판매량의 55.2%가 소형차였는데 편리함과 경제성을 누리면서도 남과 다른 차별화 욕구에서 기인한 듯하다.

작년 폭스바겐 차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관련해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혀졌고, 국내에서도 환경부와 시민단체들이 폭스바겐코리아 등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외국에서는 불매운동과 비난 여론이 들끓었는데 국내소비자들은 지금 사야한다며 다른 반응을 보였고, 차가 없어서 더 못 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일본이 1992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 후 정원 가꾸기 용품이나 유럽식 인테리어 상품이 유행했던 것처럼 우리 산업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독신남녀가 늘면서 리클라이너 소파도 인기다. 등받이, 발받침 등을 체형 및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원하는 각도로 조절할 수 있어 보다 안락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득 3만 달러 사회의 소비는 양보다 질(quality)이라는 차원에서 개성화, 자의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소비트렌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환경문제는 경제, 사회활동에 기인하기 때문에 소비트렌드는 환경정책과 무관할 수 없다. 경제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환경부는 저가형 합리적 소비와 고급 소비가 공존하는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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