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충남 서부지역 8개 시 군이 몸살을 앓았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4대강을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 충남 부여군 금강 하류 취수장에서 보령댐까지 물길이 열렸다.

보령댐 도수로는 총 21.9㎞ 길이로 하루 최대 11만5000t의 물이 백제보로부터 보령댐으로 공급된다. 충남 서부 주민 약48만 명의 하루 수요량인 22만t의 절반을 넘는 양이다. 그동안의 제한급수를 견뎌야 했던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라 하겠다.

그러나 이것으로 가뭄, 물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강수량이 여전히 부족해 가뭄 여파가 남아있고, 금년 봄 역시 강수전망은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는 관계기관의 어두운 발표가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나서 수자원을 적극 관리하고, 물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요한 수자원의 하나인 지하수가 방치되고 있다. 우리나라 년간 수자원 이용량 333억㎥의 약 12%에 해당하는 41억㎥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지하수자원 총량은 약 188억㎥으로 추정되며 이중 68%인 약 128억㎥의 지하수 개발이 가능하고 32%는 이미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지하수개발을 위해 파다가 방치된 불용공(不用孔), 관정이다.

전국에 약 13만2000개가 있고, 이중 1만6000여개는 당장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분별한 신규 관정 개발은 지하수 고갈과 함께 지반침하, 수질 악화 등을 일으킨다.

오염된 지하수는 지표수에 비해 복원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고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버려진다. 불용공 방치는 수질오염으로 이어지면서 사용 가능한 지하수 또한 줄고 있다.

지하수는 ‘지하수법’, ‘먹는물 관리법’ 등 8개 법령에 따라 5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생활·공영용 지하수는 국토교통부가, 먹는 샘물은 환경부, 온천은 행정자치부가 담당한다.

농어촌 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군사목적 시설은 국방부에서 관리한다. 지하수법도 문제다. 지하수 관리와 관련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그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온천법 등에 의한 지하수 개발과 이용 관련 인·허가를 지하수법으로 일원화하고 지역별·사업별 관리는 개별 계획을 수립하도록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방치된 지하수 관정이 늘면서 국토부와 지자체가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부 역시 먹는 샘물 관리와 측정망 운영, 그리고 오염정화명령까지만 책임진다고 선을 그었다.

한정된 소중한 자원인 지하수는 국가차원에서 체계적 개발 및 관리가 필요한데도 관정들이 방치되고 있고 이로 인한 수질오염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서둘러 지하수법을 제대로 손보고, 관리주체도 분명히 해야 한다. 전체 지하수에 대한 통계자료도 없다니 물 때문에 국민들이 고생해도 남의 일로 보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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