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정부는 ‘기후변화대응체계 개편방안’이라는 걸 만들어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먼저,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소관 분야는 각 부처에 책임을 두는 관장부처 책임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국조실이 부문별 감축목표를 정해주면 각 부처는 세부목표를 정하고 필요한 정책개발과 감축이행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또한,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는 국조실 산하로 이관해 각 소관부처가 공동 활용하게 돼 사실상 환경부가 해오던 중심기능은 끝났다.

대신 기획재정부가 배출권 시장 활성화 등 배출권거래제 운영을 총괄하고, 산업, 농림, 환경, 국토부의 4개 관장부처가 소관 분야를 맡는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환경부가 배출량 인증협의절차를 걸치도록 했고,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내외 주요업무를 수행한다고 했지만, 그저 안내데스크 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또한, 금년 중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37% 추진을 위한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각각 2016년과 2017년으로 예정된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과 ‘2050년 장기 저탄소발전 전략’을 수립해 저탄소사회로 나가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편의 배경으로 작년 12월 COP21 파리협정 채택 이후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참여가 의무화되면서 감축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키 위해 범정부적 대응체계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내면을 보면 지구온난화 대응을 경제원리에 따라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실상은 당장 어렵다고 외치는 산업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산업계는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집요하게 주장해왔다.

이번 발표처럼 배출권거래제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배출권 할당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생산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경제 부처로 넘기면 배출권거래제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수단이 될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보완, 조기감축실적 인정범위 확대, 해외감축 실적인정 등의 대목을 봐도 실질적인 감축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제도개편에 속력을 내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 배출권거래법의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니 앞으로 어디까지 파장이 이어질지 의문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공조에 동참한다지만 진정성 없는 감축목표 발표로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제사회의 신뢰를 무슨 수로 다시 회복시키겠다는 것인가.

설상가상 배출저감을 위한 마지노선을 지키던 환경부 더러는 무장해제하고 백의종군하면서 지자체 녹색계획 컨설팅과 이행점검이나 지원하라니 이런 유치한 코미디가 어디 있을까.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기업들에게 부담을 줘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관련 기술개발을 유도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물 건너갔다.

산업계의 자축은 결국 대한민국의 자멸로 이어지는 예고편임을 몰라서들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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