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마을들이 멧돼지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새벽마다 멧돼지들이 내려와 논밭을 파헤치고, 작물들을 짓밟고 먹어 치워버려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환경부는 지자체 담당이라 떠넘기고, 군청 측은 환경단체들이 반대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소극적이다.

평균 일흔을 넘은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포수도 불러봤지만, 사냥개가 멧돼지와 싸우다 다치는 일이 반복되고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다보니 더 이상 동기를 부여치 못하고 있다.

멧돼지는 먹이사슬이 무너진 자연생태계에서 더 이상 천적이 없는 최상위포식자가 됐는데 몸무게가 최대 280㎏에 달하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어 위험하다.

깊은 산, 활엽수가 우거진 곳에 살며,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잡식성동물이 됐다. 18개월이면 임신 가능하고 한번에 7~13마리까지 새끼를 낳으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피해방지단을 통한 포획 숫자도 늘었다지만 역부족인 상황이고, 작년 농가 피해액은 파악된 것만 100억원이 넘는다. 직접 피해를 입고 있는 농민들은 총기 포획도 요구하지만, 총기 사용이 까다로워지면서 멧돼지 포획에 적극적인 사용이 어려워졌다.

멧돼지를 포함한 유해야생동물 관리는 합리적 사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다. 근본적으로는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자연과 공존하는 균형잡힌 도시개발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더불어 유해야생동물 포획 이후 사체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검증해 지침을 개선하고 주민과 포획 주체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생태계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그저 야생동물이니까 손대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는 발상은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빠질 수 있다. 단장기적인 대책을 두고, 사람과 자연의 공생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많이 고민해야 한다.

멧돼지 같은 유해야생동물들은 분포현황 및 정확한 개체수 등에 대한 실태파악과 더불어 일정 주기별로 개체수 조절을 위한 적극적 포획 등 현실적인 대책들도 병행 해야 한다.

야생동물 포획자가 책임지고 소각·매립 처리하라는 비현실적인 규정도 손봐야 한다. 아무런 지원이나 보상도 없는 상태에서 별도의 비용을 들여 소각할 수도 없고, 차선책이라는 매립 역시 제때 이뤄지지 않아 사체가 방치되어 질병, 침출수 등 또 다른 문제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서울특별시,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 함께 멧돼지 도심 출현이 잦았던 북한산국립공원을 대상으로 멧돼지를 산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주변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포획장과 포획틀을 설치하고 멧돼지 개체수를 적극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공원 내 주요 샛길을 폐쇄하고 야생열매 채취 금지 캠페인, 유기견 관리 등 서식환경 보호를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아무쪼록 잘 진행되길 기대한다. 그런데 멧돼지 관리를 우선 착수할 곳이 과연 여기인지는 의문스럽고, 진정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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