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서효림 기자 = 공중화장실의 습기 및 냄새제거를 위해 걸어뒀던 하얀색 나프탈렌을 한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방충, 습기 및 악취 제거에 효과가 있어 공중화장실은 물론 집 안 옷장에 까지 쓰이던 나프탈렌이 올해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나프탈렌의 독성은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고,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통, 구토, 복통, 혈뇨,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나프탈렌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원리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미생물 원리 연구의 과정과 함께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을 만나 최초 발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관장 안영희)은 전체옥 중앙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Alteromonas naphthalenivorans, 이하 알테로모나스)’ 균주가 나프탈렌 등 방향족 탄화수소계열을 분해하는 원리를 새롭게 개발한 ‘미생물 환경정화기능 분석기술(mRNA-SIP)’을 통해 최초로 규명했다.

나프탈렌은 벤젠고리 두 개가 이어진 방향족 탄화수소 화합물로 승화성물질이다. 원유 생산 과정에 추출하며 과거 탈취제, 방충제로 많이 쓰였으나 발암 물질로 판명됐고 환경부는 나프탈렌을 2013년부터 특정수질유해물질로 지정해 2015년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미생물 환경정화기능 분석기술’이란 안정 동위원소 표지기법(SIP)과 차세대 유전자발현 분석기술(RNA-seq)을 접목시킨 미생물 활성 관찰기술이다. 이 기술은 그간 해외의 다른 연구진이 미생물 활성 관찰을 위해 시도해왔지만 실제 오염현장에서 해당기술을 적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첫 사례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연구진은 지난 2009년 ‘알테로모나스’를 태안 갯벌에서 처음 발견했으며, 이 미생물이 나프탈렌처럼 분해하기 어려운 유해물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하는지 원리를 연구했다.
‘알테로모나스’는 방향족 탄화수소의 단단한 화학공명구조의 일부를 붕괴시키고, 유해물질을 영양분으로 사용하기에 용이한 형태로 유해물질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나프탈렌디옥시게네이즈’와 ‘살리실산 하이드록실레이즈’라는 2가지 효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변 환경이 나프탈렌과 같은 물질로 이뤄졌을 때 ‘알테로모나스’는 화학주성 (chemotactic) 반응유전자를 높게 발현시켜 나프탈렌 가까이에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학주성이란 미생물이 화학적인 자극에 반응해 움직이는 성질로 이번 연구에서는 미생물이 나프탈렌 등의 방향족 오염물질 환경에 노출됐을 때 그 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방향족 화합물 주변으로 모이는 성질을 의미한다. 즉 이 미생물은 나프탈렌과 같은 물질을 먹잇감 삼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16년 2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미생물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앞으로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유용생물자원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나프탈렌, 벤젠 등 방향족 탄화수소계열의 특정수질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가지 효소의 방향족 분해 기전

나프탈렌 다이옥시게너이즈와 살리실산 하이드록실레이즈 효소의 방향족탄화수소계열 오염물질의 분해방법을 말한다.
알테로모나스는 나프탈렌 등의 유해물질을 먹잇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이한 소화과정을 갖는다(왼쪽 그림). 특히, 생산한 나프탈렌 디옥시게네이즈 효소는 나프탈렌이 갖는 화학공명구조의 일부를 붕괴시켜 먹잇감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 다이하이드로 나프탈렌으로 산화시키며, 또 하나의 주요효소인 살리실산 하이드록실레이즈에 의해서 나프탈렌 분해 중간 대사물질인 살리실산을 다이하이드록시벤조산으로 산화시켜 미생물 소화과정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화시켜 줌으로써 나프탈렌을 분해한다.

환경정화분석기술 (mRNA-SIP) 활용방안

페놀 또는 다양한 난분해성 물질들에 의해 오염된 담수환경으로부터 유용미생물자원을 분리하고, 이들의 난분해성 물질 분해의 메커니즘을 실제환경에서 mRNA-SIP기술을 이용하여 직접연구하며 이로부터 환경정화용 미생물, 효소 등의 난분해성 환경개선제와 기반기술들의 개발 또는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질의응답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연구본부 정상철 팀장


Q.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발견한 균주인가?
A. 아닙니다. 2015년에 국내 신종으로 보고된 이 미생물은 2009년 태안 갯벌로부터 중앙대학교 전체옥 교수팀에서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미생물입니다.

Q. 알테로모나스는 국내 갯벌에만 존재하는 미생물인가? 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인가?
A. 갯벌에서 분리한 미생물입니다. 또한 낙동강에서 알테로모나스라는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오염물질 분해기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고 알테로모나스는 대표 미생물로서 기술을 증명하는데 사용되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Q.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는 국내에만 존재하는 미생물 인가?
A. 알테로모나스 속에 속하는 다양한 종의 미생물이 있지만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라는 종은 국내에서 발견되어 국제적인 학술지에 신종으로 보고된바 있으며, 현재 이런 유해물질 분해기능은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 종만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Q. 나프탈렌 이외에 알테로모나스가 분해할 수 있는 물질이 또 있나?
A. 그렇습니다. 알테로모나스는 나프탈렌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는 다양한 유해물질을 분해할 수 있으며, 페난트렌, 안트라센, 피렌, 벤조피렌과 같은 방향족 탄화수소 계열의 여러 유해물질을 분해 할 수 있습니다.

Q. 환경정화기능 분석기술(mRNA-SIP) 활용방안은?
A. 환경정화기능 분석기술은 유해물질이 오염된 환경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유용생물자원을 찾고 환경정화에 사용되는 유용효소를 발굴하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생물제제 등 환경산업 소재로 개발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미니인터뷰
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특성연구실 진현미 연구원

Q.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 대해 쉽게 설명하면?
A. 오염된 환경에서 미생물들이 어떻게 생존해서 유해한 오염물질들을 분해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유해물질 분해 미생물의 유전체(게놈)와 유전자발현을 관찰한 논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비방사선동위원소분석법과 유전자발현분석법을 접목한 mRNA-SIP 분석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을 이용해서 갯벌과 바다 현장에서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발현을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통해 관찰한 것입니다.

좀 더 풀어보자면 이 미생물이 갯벌에서 나프탈렌과 같은 유해물질을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환경을 정화시키기 위해 행동은 어떻게 변하는지, 나프탈렌을 분해하기 위해 몸의 구조는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분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효소들은 어떻게 발현시키는지 등을 유전체에서 발현된 전사체(RNA)의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알아내는 겁니다.

Q. 연구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A. 연구 결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강조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렇게 환경에서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실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유해물질을 분해하고 환경을 정화시키기 위해 나타내는 현상자체를 생태적 측면에서 규명하고 해석한 데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와 같은 또다른 유해물질 분해 효과가 뛰어난 미생물을 찾게 됐을 때 오염된 환경을 정화시키는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mRNA-SIP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이런 연구과정에서 규명된 것처럼 유해물질 분해 효과가 뛰어난 미생물이 갖고 있는 특성 (분해효소 생산조절, 운동성 조절 등)이 향후에는 환경산업을 포함한 여러 산업의 유용한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Q. 연구는 언제부터 시작하신건가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대학원 학위과정 동안 2007년 12월 태안 연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원유 유출사고 때문에 오염된 갯벌에서 원유성분을 분해하고 갯벌을 정화시키는데 앞장서는 미생물을 찾고 연구해왔습니다. 원유가 유출돼 서해안 일대가 오염됐을 때, 기름을 닦기도 하는 등 물리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갯벌의 정화능력이 뛰어 나기 때문에 갯벌에 남아있는 원유는 미생물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정화가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우리나라 갯벌에서 일어나는 미생물의 정화 활동을 생태적으로 관찰하고 싶었던 것이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라는 미생물을 처음 발견하게 되었고 계속 이 미생물에 대해서 연구하다보니 태안 갯벌에서 이 미생물이 정화활동에 크게 참여해왔다는 내용, 이 미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생태적으로 갯벌의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이유를 추측하는 내용, 이 미생물이 신종이라는 배용 그리고 이번 논문내용 까지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Q. 연구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A. 8년이 넘게 연구를 지속하면서 알테로모나스 나프탈레니보란스라는 미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다보니 5년 넘게 전국 갯벌을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에 갯벌에 들어갈 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몰라서 허리까지 빠질 때도 있었는데, 갯벌에서 신는 전용 장화가 있음을 알게됐습니다. 개인용 장화를 구입한 다음에는 갯벌 위에서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오염물질 분해를 다루면서 하도 오염물질을 많이 접하다보니 건강검진 중 혈액 검사했을 때 몸에서 유독물질이 검출돼서 “추적검사요망”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를 보고나니 한동안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것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실험실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됐습니다.
Q. 논문을 투고한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어떤 저널인가?
A. 책자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네이처의 자매지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잡지이기 때문에 위상이 점점 올라가는 중입니다. 앞으로 그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앞으로 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유해물질 분해 미생물이나 유용생물들을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토대로 유용생물들의 유용성을 평가할 수 있고 나아가 산업소재활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자원활용기반연구팀의 주요 미션이 환경개선기술 개발 및 다양한 유용한 생물자원을 발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전체 분석 활용 연구 등 원천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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