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흙의 생명력을 보존하는 것은 농업은 물론 생물다양성 유지 및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흙의 역할을 일깨우기 위해 유엔에서도 매년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로 정했고, 우리나라는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정해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농업·농촌·농민의 3농과 뿌리고·기르고·수확한다는 3농을 뜻하는 ‘3’, 흙(土)을 상징하는 ‘11’로 정해진 흙의 날 첫 번째 기념식이 농협중앙회에서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토양비료학회의 학술심포지엄이 함께 열려 그 뜻을 더했다. 2016년 한국토양비료학회장으로 취임한 이덕배 신임회장을 만나 흙 가꾸기와 흙 살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각오는?
A. 1968년 창림된 한국토양비료학회는 50년도 못되는 짧은 역사 동안 훌륭하신 학회장님들을 중심으로 나날이 발전해왔다. 한국토양비료학회의 성장은 원로 선배님들께서 헌신적으로 토양비료학 발전의 기틀을 잡아주셨고 현역 토양비료학자들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2016년도 한국토양비료학회장으로서 중점사항은 국민들에게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토양을 기반으로 한 농자재 산업, 계측제어 산업이 발전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아울러 국제협력도 강화하여 국내·외적으로 한국토양비료학회의 위상이 제고될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들과 소통과 협력에 노력하겠다.

Q. 학회를 소개한다면?
A. 한국토양비료학회는 토양·비료 및 식물영양 분야의 기초연구와 그 응용에 관한 제반 농업과학기술의 발전 보급은 물론 회원 상호간의 학술 정보 교환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학회의 연구영역은 토양물리학, 토양화학, 토양생물학·생화학, 토양비옥도·식물영양학, 토양생성·분류·조사, 토양 물관리·보전, 토양광물학, 토양 환경, 비료기술·이용 등으로 구분된다. 1960년대 충주, 나주, 진해에 비료공장이 들어서고, 농촌진흥청과 FAO간의 토양비옥도와 토양조사사업이 성공되면서 토양비료학 분야 산업인력과 연구·지도 인력이 양성된 결과, 마침내 1968년 한국토양비료학회가 한국농화학회에서 분리·창립된 것이다. 국제토양학연합회가 1924년, 일본토양비료학회가 1927년, 미국토양학회가 1936년 창립된데 비하면, 우리 학회는 매우 늦게 탄생한 셈이다. 짧은 학회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회 회원들은 적지적작의 토지이용 기술, 농경지 생산성 제한인자 구명과 비옥도 개량 기술, 토양검정의 정도 향상과 이를 이용한 비료사용기술을 통해 1970년대 주곡의 자급목표 달성, 1980년대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연중 채소생산, 1990년대 지속가능한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친환경농업 기술 개발, 2000년대 전국 전자토양도를 구축한 흙토람 웹서비스를 개시, 2010년대 토양비료기술을 개도국에 지원하였으며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발전에 기여하여 왔다. 2015년 제주토양선언문 기념비 제막, 2016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 흙의 날 기념식과 학술행사를 주관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위상이 제고된 학술단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Q. 흙의 날을 지정하게 된 계기는?
A. 2012년 ‘리우+20’ 정상회의(유엔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에서 발표된‘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선언문의 후속조치를 위한 3대 우선순위는 빈곤타파, 식량안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이었다. UN도 정상회의 후속조치를 위해서 2013년에 2015년을 세계 흙의 해로 지정하였다. 한국토양비료학회도 그동안의 국내 학술행사는 물론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개최한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서 토지안보(Soil Security), 평화를 구하는 흙 등의 의제를 통해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려왔다.
한편 농협과 농민신문사는 한국토양비료학회와 함께 1995년부터 민간차원에서 19년간 우리나라 흙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여 왔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김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결과, 3월11일이 대한민국 흙의 날로 제정된 것이다. 흙의 날은 ‘하늘과 땅, 사람’이라는 3과 농업·농촌·농민의 3, 다산 정약용의 상농(上農) 후농(厚農) 편농(便農)의 3에서 3월을 정하고, 흙 토(土)를 풀어서 ‘11일’로 정하게 된 것이다.

Q.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한 시기, 흙의 중요성은?
A. 우리 역사에서 흙을 잘 가꾸는 것은 국력과 문화의 발전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세종임금께서는 전국적으로 혁신적인 농업기술을 모아 1429년 농사직설(農事直設)을 편찬하셨다. 당시 외양간거름, 녹비, 객토와 같은 당시 혁신적인 흙 가꾸기 기술을 모아 보급하셨다. 농업 생산기술의 혁신은 백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나라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흙은 식량생산기능과 더불어 빗물을 머금어 홍수를 막고 용수로 만드는 기능, 생물서식지 제공 기능, 바이오 에너지 생산기능, 놀이터 제공기능, 도자기, 주택 등 생활재료 제공 기능 등 우리 삶에 소중한 기능을 말없이 수행해주고 있다. 대한민국 흙의 날 제정은 흙을 소중히 다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Q. 우리나라의 토양학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발전했나?
A. 1962년 농촌진흥청이 출범되고 한국의 토지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UN원조사업이 계획되었다. 그 결과, 1963년부터 토양비옥도 조사사업이 시행되었고, 이듬해인 1964년부터 5년간 토양조사사업이 시작되었다. 1969년에는 9,847천 ha의 전국토에 대한 1:50,000 축척의 도양지도가 완성되었으며 116명의 토양과 비료분야 전문 인력도 양성되어 학회 탄생의 주역이 되었다. 1975년 쌀 자금목표가 달성된 데에는 통일벼 보급과 더불어 UN토양비옥도사업을 통해 얻어진 비료·영양 기술이 영농현장에 보급되었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농경지 확보를 위해 야산개간사업, 간척사업, 농토배양사업을 지원하는 토양비료기술이 발전되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에 대응한 청년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시작된 토양지도 전산화사업은 2007년 1:5,000축척의 전국단위 디지털토양도 완성으로 열매를 맺었다. 이는 훗날 토양검정 기반 비료사용량 추천 프로그램 보완과 농업환경정보 등이 보완되면서 실용성이 대폭 증대되었으며 2011년에 ‘흙토람’으로 명명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 농촌진흥청의 토양비료학자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4년 6월8일부터 6월13일까지 제주국제회의장에서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 참가한 Achouri FAO토지국장은 “한국 농촌진흥청의 흙토람을 중심으로 한 토양비료 발전기술과 모델이 개도국의 발전에도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고 헸다. 50년 전 UN원조로 길러진 한국의 토양비료기술이 이제 아시아나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음을 FAO가 인정해준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토양비료기술은 진보되어왔다.

Q.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와 제1회 세계토양조사경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대회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는?
A.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 참가한 세계 토양학자들은‘제주토양선언문(Jeju Declaration)’을 채택했다. 9개항으로 구성된 제주토양선언문은 UN은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에게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흙 가꾸기에 대한 다양한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2015년 12월 7일 한국토양비료학회가 제안한 가칭 ‘세종대왕상’을 국제토양학연합회 (IUSS, International Union of Soil Science) 이사회가 수용하였다. 한국토양비료학회는 올해 11월에 제출할 세부시행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IUSS는 기초토양학분야 도쿠차예프상과 응용토양학분야 리비히상을 수여해왔으나 2018년 제21차 세계토양학대회에서 우리의 세종대왕상이 시상된다면 세계토양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한층 드높아 질 것이며 개도국 대상 선린외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다수의 한국 토양비료학자들이 IUSS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학회의 올해 주요사업은?
A. 첫째, 우리나라 건강한 흙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에 노력하겠다. 이 기준은 친환경농업의 지표평가에 활용될 것이며, 이 지표를 활용하면 농업환경정책과 기술개발의 우선순위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영농현장에서 농업인들이 겪는 농경지 토양의 물리성과 화학성 진단처방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농경지 토양물리화학성 진단 및 처방 경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셋째, 토양학도를 양성하는 사업으로서 농촌진흥청의 협조를 받아 제2회 전국 대학생 토양조사경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넷째,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학회의 역사와 성과를 정리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다섯째, 흙 해설사 양성 사업을 통해 흙에 대한 전문가 양성에도 한층 노력할 것이다.

Q. 하고 싶은 말, 앞으로의 계획은?
A. 농촌진흥청에 입사한 이래 농업환경분야에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식물환경, 농업다원기능평가, 농업기상, 온실가스, 토양비료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수많은 농업생산과 환경오염 문제가 토양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흙의 날이 법으로 제정된 만큼 한국토양비료학회는 우리 흙을 잘 가꾸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층 노력해야할 것이다. 토양비료 분야 개발된 기술이 영농현장과 농업정책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에 한층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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