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라는 영화가 있다.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린다.

빈민굴 같은 맨 뒤쪽 꼬리 칸에는 힘없고,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득실대는 반면, 술과 풍성한 음식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과 향락으로 뒹구는 머리 칸도 있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 칸에서 폭동이 시작되고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과거 흙을 이용한 단층 재배 방식 대신 다층 수직재배대와 같은 생각지도 못했던 농작물 재배장면을 보게 된다.

이 영화는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심각한 식량위기 가능성을 돌아보고 지금과 같은 방식의 농업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고민하게 한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농업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세계적으로 10억명이 넘는 것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밝혔다. 지난 2007년엔 심지어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 조차 많은 성인들과 아이들이 굶주렸다는 것이다.

앞으로 40년 후에는 지금보다 상황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삼림파괴와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기후를 바꾸면서 현재의 농토는 사막화되고 농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설상가상 해수면 상승은 저지대의 비옥한 농토인 삼각주를 수몰시킬 수 있다.

건물 실내에 여러 층의 재배대를 만들고 작물을 기르는 형태를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라고 부른다. 1999년 미국에서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건물을 이용해 각 층마다 농장을 만들고 실내에는 여러 층의 재배대를 설치한 후 흙 대신 양분 섞인 물에 식물의 뿌리를 담가 재배하는 방식이다. 실내 수직농업은 필요한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1년에 20~30번까지 채소를 수확할 수 있으며, 사막이나 혹한 지역같이 열악한 곳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3

0층짜리 건물전체를 수직농업에 이용하는 경우 대략 5만명 이상에 필요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다. 실내농업은 초기 투자의 부담이 크며, 생물성장에 필요한 빛과 온도 등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전통농업과 비교할 때 생산효율과 맛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LED 조명을 이용하고, 영양분을 섞은 물안개를 뿌리에 뿌려 성장시키는 방법도 도입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를 이미 시작된 현실로 받아들이고 저탄소정책,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인식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수없이 반복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모든 분야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야 하며 그중 급박한 한 가지가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킬 기술을 개발해 지자체 마다 일정규모 이상으로 설치하는 일이다.

실내 수직농업에서 가장 핵심은 빛과 물, 온도와 습도를 통제하는 일이며, 결국 에너지와 물의 지속가능한 공급 기술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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