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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뜬다

악취·세균 번식 등 비위생적, 화장실 문화 개선 시급
법제화 마련, 시민의식 향상 등 실천 이끌어야

 

[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외국인들이 한국 공중화장실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바로 ‘화장실 휴지통’이라고 한다. 오물이 묻은 화장지를 변기에 내려보내지 않고 ‘뚜껑이 없는 휴지통’에 버려 왜 불쾌감을 주냐는 것이다. 휴지통 비치가 관습이 돼 익숙해진 우리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가 조금 낯설지 모른다. 쾌적한 화장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코비월드 황영애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화장실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들어봤다. <편집자주>

 

▲코비월드 황영애 대표 <사진=박미경 기자>

누군가 사용하고 버린 휴지를 마주하고 불쾌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꽉 찬 휴지통은 화장실 냄새의 주범이자 육안으로 보기에도 비위생적이다. 방화, 흡연으로 인한 화재위험도 있으며 더군다나 여자 화장실은 제대로 밀봉되지 않은 폐생리대로 인한 세균 증식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유럽국가처럼 휴지통을 없애 화장실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화장실 내 휴지통을 비치한 국가는 중국과 일부 남미 국가뿐이다.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휴지통이 꼭 있어야만 하는 곳 외에 대다수의 국가는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화된 하수처리 기술도 보유하고 있고 배관 설비도 잘 돼있기 때문에 굳이 휴지통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동·장애인·여성에 주목한 ‘코비월드’
그간 화장실 문화 개선을 위해 부지런히 달려온 코비월드 황영애 대표는 “실내 환경이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장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아 환경·장애인 편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코비월드는 2008년 설립된 중소기업으로 모유수유실, 기저귀 교환대, 영유아 거치대, 핸드 드라이어, 화장실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만들고 직접 설치까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품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으며 이미 시장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코비월드의 시작은 영유아제품이었다. 기저귀 교환대, 영유아 거치대 등 기존 일본제품 가격이 비싸 구매를 꺼리자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향상시킨 제품을 직접 만들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후 화장실 내 장애인 편의시설까지 사업을 확장시키며 여성 대표의 강단을 보여주고 있다.

 

황 대표는 “다중이용시설 화장실 내 코비월드 제품을 설치하면서 자연스레 화장실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됐다”며 “화장실이 깨끗하려면 휴지통부터 없애고 휴지를 변기에 버리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는 화장실 휴지통이 없다?
‘휴지는 휴지통에’가 당연한 우리 정서기에 변기에 화장지를 버리면 막히지 않느냐고 되묻는 이가 많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요즘 생산되는 화장실용 휴지는 화학처리를 하지 않아 물에 쉽게 풀리기 때문에 변기 막힘 현상과 관계가 없다.

 

다만 화장지 과다사용이나 변기에 화장지 외 물티슈, 핸드타월 등 녹지 않는 쓰레기를 버릴 경우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휴지통 없는 화장실 만들기’가 탄력을 받고 있다. 악취를 풍기고 미관상 좋지 않은 휴지통을 치우고 여성·장애인 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두는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4월부터 5~8호선 화장실 휴지통을 모두 치웠고 부산도시철도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전 역사에 쓰레기 없는 화장실을 확대·운영하고 있다. 대구도 오는 4월20일까지 2호선 4개역을 선정해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와 기관을 중심으로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위생·환경 고려한 ‘레이디 박스’ 개발

▲자료제공=코비월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코비월드는 여성 화장실에 설치할 수 있는 위생용품 수거함 ‘레이디 박스’를 개발하고 시중에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고 있다. 

 

황 대표는 “남들보다 앞서 위생용품 수거함 판매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 제품이 많아지고 중국OEM 제품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더라”며 “기존에 많이 설치된 스테인리스 제품의 날카롭다는 단점을 보완해 플라스틱 재질의 ‘레이디 박스’를 개발해 기능은 높이고 저렴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레이디 박스는 여성들의 폐생리대를 항균봉투에 담아 은나노 수거함에 처리해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으로 수자원 절약을 위한 물소리 벨이 부착돼 있고 난연성 재질로 불에 강하다. 특히 심플한 디자인도 여성 취향에 한몫하고 있다.

 

▲코비월드의 ‘레이디 박스’는 디자인, 위생, 환경을 다 잡은 제품이다.

<자료제공=코비월드>

황 대표는 “은나노 수거함은 세균 번식을 막기 때문에 항균효과가 뛰어나고 폐생리대를 담는 봉투도 흙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항균위생봉투를 사용해 한국실내환경협회 인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유명 관광지 부산, 화장실 관리는 엉망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전체 공공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애고 위생용품 수거함을 설치한 곳은 3~5%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법제화가 되지 않아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황 대표 역시 “법령이 되면 좀 더 활발하게 화장실 문화가 개선될 텐데, 권고하는 공문형태다 보니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세종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육시설 화장실 청결 관리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등 시 조례로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코비월드가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이다 보니 부산지역 화장실을 눈여겨보게 된다”며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부산시는 유명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비위생적이다. 특히 해운대의 경우 휴가철이 되면 화장실 악취도 심하고 바닥에 휴지도 뒹굴고 있어 불쾌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광객에게 보다 쾌적한 화장실을 제공하고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 설치된 ‘레이디 박스’ 

폐생리대를 항균봉투에 담아 수거하면 청결한 관리가 가능하다.

휴지, 이제는 변기에 버려주세요

한편, 쓰레기 없는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민 실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변기 막힘 현상이 휴지가 아닌 다른 이물질에 의한 막힘 현상임에 따라 ‘휴지를 변기에 버려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를 부착하고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화장실 입구에 일반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휴지통 비치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 인식을 개선하고 실천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 대표는 “국민 실천이 이뤄지고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가 정착된다면 향후 위생용품 수거함 시장 전망도 밝을 것”이라며 “부산, 서울 등 전국적으로 레이디박스를 적극 알려 판로를 확대해 나가고 더불어 해외 시장도 맞춤형 제품을 제작해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선 생각과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의 입지를 다져온 그는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 개선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꾸준히 목소리를 내겠다”며 당찬 의지를 보였다.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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