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여기저기서 중국어, 러시아어, 각종 외국어가 들리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주민들과 직장에서, 식당에서, 일상에서 함께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과거 우리나라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동해 그들이 기피하던 일거리들을 도맡아 사회적응에 성공한 것처럼 이제 수많은 외국인 주민들도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피하는 한국인들을 대신해 그들은 아파트공사현장에서, 조선소 갑판위에서, 고층건물 외벽에서, 식당주방에서 온갖 궂은 일들을 해낸다.

최근 어느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베트남과 중국 며느리들이 수만 명으로 대폭 늘었고, 독일인과 영국인 사위들도 수 천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근로자와 결혼이민 등으로 외국인주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

2006년 외국인주민 수는 53만6627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 대비 1.1%였으나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15년 기준 174만1919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 대비 3.4%에 달한다.

한국계 중국인이 39.9%로 가장 많고, 중국인이 14.9% 수준이다. 지역 분포를 보면 경기도, 서울, 경남, 인천, 충남 순으로 많았는데 일자리와 인구집중도 등의 변수로 인해 경기도에만 약 55만명, 서울특별시에 45만명이 몰려있다.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주민들은 수도권에 편중하는 반면, 결혼이민이나 혼인귀화자들의 경우 대체로 비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이제 외국인 주민들은 우리 실생활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건전한 사회생활과 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은 한계를 보인다.

외국인주민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여건은 장기적으로 고립을 초래해 사회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성숙하고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외국인주민의 특성을 분석하고 맞춤형 생활정착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주민이 무려 80%로 137만여명에 달한다.

외국인주민 증가에 따라 이들의 인권증진을 위해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부족하다. 글로벌마케팅 시대에 대한민국이 편협한 단일민족주의에 빠져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한류열풍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넘어 남미로 퍼져가면서 자랑스럽지만,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인권을 폄하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지역사회통합 차원에서 외국인주민의 정책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사회는 현실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인터넷 보급 확대와 스마트폰 상용화로 세계인들은 실시간 뉴스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의 반응을 세계는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평행선상에서 가교역할을 할 유일한 나라다. 그에 걸 맞는 포용력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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