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마을이 돌아오다


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간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의심한다. 사하라사막에서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이곳 쿠부치사막에서는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다. 6년 전, 사단법인 미래숲 녹색봉사단 9기의 일원으로 중국 내몽골 자치구 다라터치 인근에 있는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 당시만 해도 사막 초입에 마을은커녕 다 허물어져가는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애초부터 미래숲 권병현 대표의 비전은 단순히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방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막화로 무너진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고, 환경을 통한 동북아 평화협력에까지 가있었지만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6년 후, 내가 심었던 나무가 정말 잘 자라고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녹색봉사단 15기 청년멘토의 일원으로 베이징에서 쿠부치사막으로 향하는 밤기차에 올랐다. 이번에 내가 발견한 건, 황량한 사막에 홀로 우뚝 서서 자라나고 있는 백양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주인 없는 집 한 채만 외로이 서있던 그 공간에 작은 마을이 들어선 것이다. 정확히는 마을이 돌아왔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사막화에 의해 쫓겨난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으러 오는 봉사자들, 사막 트래킹을 하러 오는 여행객들로 점차 마을에 생기가 돌고 마을 사람들에게 웃음이 돌아오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푸르른 ‘녹색생태원(綠色生態園)’으로 가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방문에서 그 기적의 씨앗을 발견했다.

이번엔 한국과 중국 청년들 외에 일본 청년들도 함께참여했다. 사막이 한·중·일 청년들의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된 것이다. 함께 사막을 걷고, 사막에 나무를 심고, 사막화 방지와 환경 보호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에서 다 툼과 갈등으로 가득 찬 기존의 한·중·일 관계가 아닌 화합과 협력으로 가 는 미래의 바람직한 삼국의 관계가 그려졌다. 환경 보호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과 환경을 매개로 하는 동북아 평화공동체라는 말을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사막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그 기적의 현장을 널리 공유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다시 사막을 찾은 이유다.


<미래숲 15기 김명호 청년멘토(장강상학원(CKGSB) MBA)>



사막에서 찾은 인생길


쿠부치사막으로의 첫 발걸음. 삭막하면서도 황폐한 곳에서 한 발 한 발 땀을 흘리며 걸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풀들은 저들도 살고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조그만 벌레도 모 래 구 덩이 위에서 먹이를 찾아 나선다.

현대사회 같은 사막. 나도 이벌레처럼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있다. 사막의 길은 인생길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각자의 길이 있고, 힘들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쉬기도 해야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고, 욕심이 과하면 금방 지쳐버릴 수 있다.


사막의 언덕은 오르면 오를수록 힘이 빠지고 뒤처지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샌가 도착해 있다. 방중 활동 중 조장을 맡으면서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책임감과 리더십을 배웠다. 사막에서의 첫 걸음이 내 인생길의 좌표가 됐다.


난 쿠부치사막에서의 걸음보다 더 힘든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막막하기만 한 인생의 사막 같은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그러나 중국에 대한 더욱 확고한 갈망과 나 자신에 대한 비전을 품고 돌아왔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사막에서의 나처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래숲 15기 체험기 3조 정민경(오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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