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발생부위

[환경일보=서효림‧이민정‧이정은 기자] 종양의 이름은 2가지 규칙이 있다. 종양이 처음 생긴 원발 장기에 따른 분류와 병리학적으로 확인된 암세포의 모양과 그 발생기원에 따른 분류를 동시에 사용한다. 예를 들면 암세포의 발생기원 측면에서 봤을 때 세포의 종류를 크게 ‘결체조직성 종양’과 ‘상피성 종양’으로 나눌 수 있다. 그 밖에 ‘혼합성 종양’, ‘복합성 종양’, ‘기형종’ 등이 있다.


결체조직은 피부 밑이나 장기 사이에 있는 지방이나 근육 같은 조직을 말한다. 결체조직성 종양에서는 ‘육종’이라는 접미어가 붙는데, 예를 들면 악성 지방종은 지방육종, 악성 섬유종은 섬유(성)육종이라고 부른다. ‘상피세포’는 겉피부를 덮고 있는 편평세포,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을 덮고 있는 점막의 세포 등을 말한다. 유방의 유선, 갑상선, 전립선 등 물질을 분비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에서 기원한 암은 ‘선암’이라고 한다. 상피성 종양에서는 ‘암종’이라는 접미어가 붙어서 편평세포암종, 선암종 등으로 부른다. 세포는 성장(Growth), 분화(Differentiation), 프로그램된 죽음(Apoptosis)의 과정을 밟거나 성장이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엄격하게 조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암세포의 경우 세포의 유전자 중 일부에 이상이 발생해 이들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의 특성이 바뀌게 되고, 그 결과로 세포 성장 조절에 이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세포 성장 조절의 이상은 유전자의 변이를 동반하므로 암은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유전자 질환인 것이다.
 
발암원은 매우 다양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 자체로는 물에 잘 녹지 않고 인체에 반응성(영향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암유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인간의 몸에 들어와 직접 작용하는 ‘직접 발암원’과 대사가 돼 활성화됨으로써 발암의 기능을 나타내는 ‘간접 발암원’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해소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발암원은 간접 발암원이며, 일부만이 직접 발암 원인이다. 직접 발암원은 인체의 정상세포에 존재하는 DNA나 RNA 그리고 단백질에 공유결합을 형성해 이들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킴으로써 암을 유발한다. 간접 발암원은 그 자체로는 반응성(영향력)이 약하지만 체내에 흡수된 후 간세포에 존재하는 특수한 P450효소계에 의해서 대사됨으로써 활성화돼 강한 반응성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발암원이 암을 유발하는 과정에는 발암원이 아닌 다른 물질이 관여해 암유도를 촉진하게 된다. 이는 발암기전이 한 단계 과정이 아니고 여러 단계로 일어남을 의미한다.


장기간 걸친 유전자 변이 축적으로 일어나기도


암의 발암기전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다. 먼저 정상 세포의 변화다. 정상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에 노출됐을 때 암세포로 변하게 되고 따라서 암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흔히 실제 암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흡연, 발암성 식품 및 화학물질, 발암성 병원체 등에 정상세포가 노출되면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암 발생에 있어 10~20% 정도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세포핵의 구성요소 중에는 DNA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DNA의 구조가 변화해 암세포가 생성된다. 이렇게 변형된 세포는 분열해도 계속 변형된 DNA를 갖게 되며, 결국 이것들이 계속 분열증식해 암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대개 20~30년에 걸쳐 여러 종류의 유전자 변이가 축적돼 암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 면역계의 이상 문제다. 인체의 정상적인 면역기능은 신체 내에서 생성되는 종양세포 1000만개까지는 파괴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 임상적으로 암이 발견될 정도로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이 커지는 경우는 최소한 10억개의 종양 세포를 포함하게 되므로 면역기능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암세포가 제거되지 못하고 암이 발생하게 된다.
 
암의 진행단계를 표시하는 방법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TNM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T(Tumor, 종양)는 원발기관에서 원발종양의 크기와 침윤정도를, N(Node, 림프절)은 원발종양에서 주위 림프절로 얼마나 퍼졌는지를, M(Metastasis, 전이)은 몸의 다른 장기로 암이 퍼졌는지 여부를 의미한다. 암의 종류에 따라 독립적인 분류법에 의해 진행단계를 결정하는 법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러 치료에도 불구 계속 악화될 때 ‘말기암’


여러 검사의 결과로 TNM법에 의한 암의 상태가 결정이 되면 1기, 2기, 3기, 4기로 진행단계를 간단히 요약한다. 일반적으로는 치료 결과의 개념을 포함해 조기암, 진행암, 말기암이란 분류도 사용한다. 조기암은 1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원발장기에만 암조직이 존재하며,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은 상태로 수술 등의 치료 후 완치 등 좋은 예후를 보인다. 진행암은 2기, 3기, 4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암의 여러 치료법을 병합해 암의 진행을 억제, 정지시킬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그러나 말기암은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계속 진행하고 악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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