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계층의 외부경험이 북한사회 회의감 확산
진실과 자유에 대한 요구는 북한체제 변화를 위한 동력

 

중국 산시(陝西)성 소재 북한식당에서 탈출한 여성 종업원 3명이 국내에 입국했다. 지난 4월 닝보(寧波)의 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사건에 이어서 추가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출신성분이 좋고 북한 내에서 중산층 이상의 핵심계층으로 알려진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잇따라 탈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3인 1조로 구성된 감시망은 물론 보위부원이 식당마다 배치된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부산하나센터 강동완 센터장

(동아대 교수)

출신성분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 등 사상을 엄격히 검증해 선별된 인원들로만 파견되는 해외 일꾼들의 이 같은 탈북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정치적 발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임은 물론 화장실에 갈 때조차 종업원끼리 2~3인씩 조를 지어 가야 할 만큼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이뤄진 곳이 바로 해외 북한식당이다. 집단으로 탈북을 결행해야 할 만큼 급박한 내부 사연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세한 정황은 정부 합동신문을 통해 곧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이 북한 내부는 물론 남북관계에 어떠한 파장으로 번질지에 대한 부분이다.

 

북한 당국은 집단탈북이 북한사회 내부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21일에는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들의 집단 탈북을 자발적 귀순이 아닌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탈북 식당 종업원들의 가족을 서울로 보내 대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가혹한 대응을 경고할 만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독자 대북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해외 12개국 130여개의 해외식당 등을 통해 연간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정했다. 북중 접경지역에 집중돼 있는 북한식당은 중국 단둥시의 경우 조그만 변방도시임에도 10여개 이상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우리 당국이 독자 대북제재안을 통해 북한식당을 통제하는 것은 이들 식당이 개인은 물론 단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연길 지역은 백두산 관광을 위해 거쳐 가는 곳인데 북한식당은 현지 여행사가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코스 중의 하나가 됐다. 결국 해외 북한식당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해외 북한식당 출입제한 조치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집단 탈북을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들이 왜 탈북을 결행했는가의 문제다. 통일부에 따르면 입국한 탈북자들은 해외에서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출신성분이 좋은 엘리트 계층이지만 해외에서 직접 경험한 외부세계는 북한사회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주민도 알면 바뀔 것이다’라는 어느 북한이탈주민의 말처럼 외부세계에 대한 진실과 자유에 대한 요구는 북한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해외 주재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은 자유를 향한 여정으로 개인의 자유는 물론 북한체제의 변화를 위한 결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탈북이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억압과 통제 속에 고통받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의 탈출을 결단하는 도화선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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