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부터 폐기까지’ 라이프 사이클 고려해야
소비자 신뢰 회복, 기업·소비자·정부 협업이 필수

 

[밀레니엄서울힐튼=환경일보] 박미경·정흥준 기자 = 글로벌 의류브랜드 퓨마는 혁신적 패키징을 통해 운동화 포장박스에 들어가는 종이를 65% 줄였으며 공간을 적게 차지해 운송비까지 절감했다.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히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안에 있는 제품이 손상되거나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는 ‘패키징’의 본 기능은 중요시하되 발상의 전환으로 지속가능한 패키징을 구현한 것이다. 앞으로 많은 기회가 열린 패키징 산업의 동향을 살펴보고 한국의 대응방안을 알아보자. <편집자주>

 

제품을 선택할 때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제품의 포장(패키징)이다. 소비자의 지갑은 특색 있는 포장과 디자인에 열리기 마련이다. 이제 패키징은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의 니즈(needs)가 변화하면서 패키징 트렌드는 ‘친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지속가능한’ 패키징이 ‘혁신’을 만났을 때 패키징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주)래티튜드가 주최하고 본지가 후원한 ‘패키징 혁신과 지속가능성 콘퍼런스’가 지난 6월23일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의 지속가능성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패키징의 의미를 논의하고, 혁신적 변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주)래티튜드 루이스 패터슨 대표이사, 지속가능한발전기업협의회 김명자 회장(전 환경부장관), 주한 뉴질랜드 클레어 패트리샤 펀리 대사,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를 비롯한 패키징 분야의 전문가 및 기업 종사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주)래티튜드 루이스 패터슨(Lewis Patterson) 대표이사는 “그동안 패키징은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추구해 왔지만 이제는 제조부터 폐기까지 패키징의 모든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기업, 소비자, 정부 등 각 분야에서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패키징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며 패키징이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강조했다. 또한 김 대표는 “최근 패키징 키워드는 ▷재료 최소화, 재사용, 생분해 ▷편의성과 지속가능성으로 요약된다”며 “패키징을 국가사업으로 지정하고 교육을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닷속 폐플라스틱, 해양생물·인간 위협  

▲바다에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2050년 바다에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의 총중량이 물고기의 총중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1964년 이후 20배 이상 증가해 3억1100만톤에 육박하지만 향후  20년 동안 지금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14%에 불과하고 매년 최소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최근 유럽 해변에서 플라스틱 독성으로 죽은 고래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잦다. 고래의 죽음은 폐기 포장재가 우리의 생활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활용이나 매립되지 못한 채 해양으로 흘러들어가는 폐기물이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그 해양생물을 먹게 되는 사람에겐 다시 2차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특히 패키징에 있어 비닐봉투부터 페트병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폐플라스틱을 저감하기 위한 패키징 산업의 변화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 지원으로 기업 변화 유도해야
이에 따라 폐기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이노베이션포럼(Innovation Forum) 설립자 토비 웹(Toby Webb)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인식에 맞춰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유인책이나 명분이 주어졌을 때 기업들은 좋은 패키징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 PET 재질의 주머니로 신발 박스를 대체하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한 퓨마와 식물성 소재를 원료로 한 용기인 ‘플랜트보틀(Plant Bottle)’을 적용한 코카콜라가 그 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냐는 질문에 토비 웹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기업은 결국 투자와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패키징은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
투명한 정보공개로 소비행동 변화 유도해야

 

알루미늄 가공 제조 기업인 노벨리스(NOVELIS)를 예로 들며 토비 웹은 “노벨리스는 재활용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재활용을 하지 않는 업체들은 이 기업에 관심이 없다”며 “일부 회사의 변화만으로 전체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바이오플라스틱위원회 스티브 데이비스 의장, 영국

이노베이션포럼 토비 웹 설립자

마찬가지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이 주목받고 있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바이오플라스틱위원회 스티브 데이비스(Steve Davies) 의장은 “지금까지 생산과 폐기에만 집중돼 있던 구조를 순환경제로 변화시키려면 ▷자원 ▷제조 ▷사용 ▷사용 후 이 4가지 관점에 대한 평가와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재활용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성도 중요하다. 스티브 데이비스 의장은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데 부담을 가진다”며 “효율성이 높은 제조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화·효율성·기술력 확보 시급

 

▲식물성 소재를 원료로 한 용기인 ‘플랜트보틀(Plant Bottle)’을

적용한 코카콜라

실제 자원 효율성을 위해 일부 기업들은 포장재를 단순화하고 있다. 2014년 렉서스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한 ‘오호(Ooho)’ 물병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얇은 막으로 만들었는데 저렴한 비용과 단순한 제작 방법이 특징이다. 

 

물을 한 번에 마셔야 한다는 것과 재밀봉이 불가능하다는 문제 등으로 아직까지 상용화는 못했지만 ‘오호(Ooho)’ 물병은 폐기 포장재를 해결하기 위해 포장의 단순화, 자원 효율성,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점은 기업들이 이익 손실과 불안정성을 이유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에서는 순환경제 패키징을 통해 순환경제를 추구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기획과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친환경 패키징 시장 확장을 돕기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패키징 산업을 위해 기업들을 보호하고 변화를 유도할 만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패키징 분야 우수기업의 제품 전시가 마련돼 참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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