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야의 학회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기후변화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통합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사진=박미경 기자>



 

[인하대학교=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기후변화에 위협을 느낀 세계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를 탄생시켰다.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낮은 1.5℃ 이하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고 이를 위해 저탄소 전략 수립 및 체질 개선은 불가피해졌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한 가운데 기후 전문가들을 비롯,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이제 한 분야의 문제로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현안이 됐다. 단순히 과학과 환경 이슈에서 이제는 국가경쟁력을 움직이는 경제정책의 이슈이자 향후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좌우하는 경영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해법에 대한 논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각각의 학문 분야에서 따로 논의하고 정책대안을 도출해 왔다. 이러한 접근 방법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과학, 공학, 경제학, 경영학, 정책학 등 모든 학문 분야에서 공동으로 동일한 주제에 대한 대안 모색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후변화학회, 한국환경경영학회, 한국환경경제학회, 한국환경과학회, 한국환경정책학회, SSR학회가 뜻을 모아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혁신’이라는 주제로 통합학술대회를 지난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3일간 인하대학교에서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SSR학회 김종대 회장, 인하대학교 정인교 부총장, 한국기후변화학회 권원태 회장, 한국환경정책학회 김광임 회장, 한국환경경제학회 한택환 회장을 비롯해 약 500여명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기후변화학회 권원태 회장, 환경정책학회 김광임 회장, 환경경제학회 한택환 회장


SSR학회 김종대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내 주요 학회들이 모여 공통주제에 대해 학제 간 해법과 발전 방안을 모색해 정부에 의미 있는 정책대안을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학회의 협력과 역할 분담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한국환경경제학회 한택환 회장은 “최근 미세먼지, 기후변화 이슈, 생태계 파괴 현상 등 많은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통합적 접근의 연구가 중요하다”며 “해결책 모색에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2016년 지구 온도 최고치 경신 예상
한국기후변화학회 권원태 회장은 “최근 기후변화 동향을 보면 2016년은 위기감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2015년 3월, 인류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한 이후 최초로 전 지구 월 평균이 400ppm을 넘어섰고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화 시대 이전 280ppm에 불과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서면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학회 김광임 회장은 “기후변화 관련 논의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며 “SDGs 역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주요 이슈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적절하고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 한국 의지 있나

이날 기조세션에서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산업·기술·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신기후체제 하에서 세계는 저탄소 경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정책 추진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야심찬 도전보다는 방어적인 입장이라는 지적이 있다. 에너지신산업 육성,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축으로 계획을 내놨지만 구체적 액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방안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선임연구위원은 “저탄소로 가는 길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에너지부문과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우리나라 저탄소 경로 달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은 세계 연료연소 온실가스 배출의 65% 이상을, 발전부문은 42%를 차지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더불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저탄소 기술 보급 등 신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단기전략과 함께 장기전략 수립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 ‘유연성 확보’ 시급

▲왼쪽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연구위원, 지속가능경영원 노재성 연구위원, 삼정 KPMG 김성우 본부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병국 부원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산업계 역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원 노재성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주요 업종의 에너지효율을 고려해봤을 때 감축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국가의 감축목표 수준이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 증가속도를 초과하게 되면 경제성장에 차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조를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문제로 단시간에 감축효과를 보기 어렵다.

 

인천대학교 강희찬 교수 역시 “우리나라의 조선, 철강, 화학 분야가 실적 부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가 제출한 INDC(자발적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경제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정책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 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 역시 주요 정책 수단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운영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제고하고 할당방식 개선 등 실효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조세션 발표 이후에는 세종대학교 이병욱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환경·경제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경제성장과 환경,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제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를 봤을 때 2014년 이후 2년 연속 연료연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3% 이상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배출량은 정체되면서 디커플링이 일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경 가치를 재해석하는 방법을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정 KPMG 김성우 본부장은 “스웨덴에서는 친환경적인 전기버스 보급에 나섰으며 점차 확산하고 있다”며 “전기버스가 디젤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환경·사회·경제적 비용으로 따져봤을 때 혜택이 많다는 것을 인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해외사례를 활용해 신사업 추진 시 우리나라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외에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병국 부원장은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환경서비스(물공급, 쓰레기 수거, 소음) 등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숭실대학교 고문현 교수는 CCS(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를 장기 비전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통합학술대회에서는 각 학회별 전문가 및 대학원 논문 발표가 함께 진행되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우리나라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의욕성 수준 평가(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 노동운)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유엔의 다자평가에 대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의욕성을 우리나라의 여건 관점에서 평가한 논문으로 이목을 끌었다. ▷최근 약화된 알류시안 저기압이 서울지역 미세먼지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 오혜련 외)에서는 대기순환장 변화를 분석해 미세먼지 현상을 살펴봤다. ▷미래 폭염과 사망 연관성 분석(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이수현 외)에서는 폭염 사망 영향을 지역 특이적으로 정량 분석하고 비교해 건강 영향을 추정했다. 이처럼 최근 주목받는 환경 현안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주목을 받았다.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통해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의 변화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통합적 차원의 접근을 통해 정책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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