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넘어 더 나은 삶 위해 탈북 감행하는 북한주민
탈북민 향한 차별적 시선…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현재 2만9300여명으로 오는 9~10월쯤 3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990년대 말 북한의 극심한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와 아사 위기로 대량탈북이 이뤄진 이후 지금까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의 양상이 달라져 기존에 먼저 입국한 탈북민이 자신의 가족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국내 입국한 탈북민 가운데 70% 이상이 여성이며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입국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하나센터 강동완 센터장

(동아대 교수)

탈북의 동기 역시 단순히 배고픔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목적으로, 자유에 대한 갈망이 탈북 요인이 된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향후 통일시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라 할 수 있다. 한국에 입국해서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돈과 소문은 북한주민들이 현재의 남한을 인식하는 중요한 소식통의 역할을 한다. 남북한 통일은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주입받는 가짜 남한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전해 듣는 실제 남한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 생활 중 가장 힘들어하는 요인 중 하나는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다.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자유민 등 탈북해 남한으로 이주해 온 그들을 부르는 용어는 다양하다. 특정사람을 구별 짓는 이러한 용어가 어쩌면 그들의 정체성 혼란과 정착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남한에 입국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그들을 부르는 용어에 의해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로 구별되는 것이다.

 

한민족이라 말하지만 이미 분단 70여년의 세월 동안 남북한 주민들은 문화적인 차이가 발생했다.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다. 통일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우리 곁에 와 있는 북한 출신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한다. 북한에 두고 온 고향과 가족생각에 숱한 날들을 눈물로 지새우지만 정작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미약하다. 탈북민에 대한 지원은 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 놓아 부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왜 통일해야 하는지, 통일이 되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논리를 찾는다. 어느새 통일은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철부지가 됐다.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의 대상이지만 탈북민에게 통일은 고향에 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먼저 온 미래’, ‘통일의 마중물’이라 불리는 탈북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통일의 비전과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 통일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만들어 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교육과 취업, 건강, 법률 등 다양한 서비스가 어우러져 원스톱 지원체계가 이뤄질 때 더욱 효과적이다. 우리 곁에 온 탈북민과의 아름다운 동행이 바로 통일의 시작이다. 먼 훗날 언젠가 다가올 통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로부터 시작하는 통일이 필요하다. 바로 당신이 통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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