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마침내 끊어지고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세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구조헬기 조종사인 주인공은 아내와 함께 외동딸을 구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 속으로 뛰어든다. 1년 전 쯤 개봉돼 인기를 끌었던 재난영화의 장면이다.

지난 7월 5일 밤 8시 30분 경 울산 앞바다에서 역대 5위 수준인 규모 5.0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전국을 흔들었다. 진앙에서 가까운 울산과 부산, 경남, 경북 지역을 포함해 300㎞ 떨어진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진을 맞은 울산과 부산지역에서는 영화를 보던 관객들, 쇼핑센터 이용객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고층아파트가 휘청거리고 창틀이 떨린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국민안전처는 지진발생 약 1시간 30분이 지난 밤 10시경 전국에서 약 8000건의 지진감지 신고를 접수했다.

한반도에서 전국 단위 지진 관측이 시작된 것은 1978년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큰 지진은 강도 5.3이었는데 1980년 1월 평북 서부 의주와 삭주 등에서 발생했다.

2위는 강도 5.2로 1978년 9월 충북 속리산 부근과 2004년 5월 경북 울진 동쪽 약 80㎞ 해역에서 발생했다. 4위는 강도 5.1로 2014년 충남 태안군 서북서쪽 100㎞ 해역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강도 5.0 규모는 1978년 10월 충남 홍성읍 지역과 2014년 3월 인천 백령도 서남서쪽 약 80㎞ 해역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학적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어렵고 내진설계기준도 규모 6.5 수준이라 지진이 발생해도 건물붕괴 등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그러나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단층에 변화가 생길 경우 헐씬 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의 안쪽에서도 큰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1976년 7월 중국 탕산에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24만명이 사망했고, 지진 안전국이라던 아이티에서도 2010년 2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규모 지진참사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대상은 원자력발전소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울산에서 약 50㎞ 떨어진 곳에 경주 월성원전이 있고, 부산 기장 고리원전은 약 69㎞ 떨어져 있다.

정부는 원전이 규모 6.5~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고,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해안방벽도 설치됐다고 하지만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순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오랜 세월 지진의 피해를 몸으로 겪으면서 건물의 내진설계부터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익혀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피해 경험이 없다 보니 불안감은 가져도 대책마련 및 실천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일이 급하다. 우선 지진에 대한 교육부터 서둘러야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안전수칙을 알리고, 분야별 지진대비 계획, 예산확보 등을 하나씩 실천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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