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폴크스바겐 사가 미국에서는 18조원을 배상하기로 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오히려 문제의 차량에 대한 할인판매를 진행하면서 한국민들을 모욕하고 있다.

작년 9월 이른바 ‘디젤게이트’ 이후 전 세계에서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가 폭락했는데 한국에서는 달랐다. 사고 직후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줄긴 했지만, 폴크스바겐 측에서 최대 1700여만원 할인, 전 차종 60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 등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자 고객들이 몰려든 것이다.

지난 해 11월에 이어 금년 3월 다시 할인 전략을 추진했고 12% 대의 판매 상승을 거두기도 했다. 폴크스바겐 측의 파렴치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며 차를 사주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일본 강점시대 나라를 팔고 국민을 이용하며 개인의 이익을 추구했던 매국노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뛰어난 ‘촉’울 가지고 있다. 환경오염엔 눈감아주고 개인 이득은 챙기려는 한국 사람들의 속내를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도 아는 것 같다.

폴크스바겐은 대한민국에 시민정신이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간파한, 그러나 비열한 상술을 썼다. 남의 나라 자동차 회사가 대한민국을 깔보고 장난질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정말 할 일이 아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법적조치와 보상을 진행해야 하고 온 국민이 나서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갔을까. 시민정신의 부재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자기 권한부터 챙기라고 부모로부터 강조되며 자라온 세대들이 성인이 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그 영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당리당략에 빠져서 시민정신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는 관심도 없다. 정부 대처도 미온적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힘없는 분노만 삼킬 뿐이다. 나라 전체가 환경에도 관심이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장 서두를 일은 시민정신 교육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의무를 다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하든 무임승차해서 유익을 구하려는 대신 각자가 지켜야 할 것을 먼저 실천하도록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서 정신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는 환경관련 정보들을 쉽게 풀어 시민들에게 실시간대로 제공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 자극성 추측 같은 것들이 우리 사회를 멍들이고 있다.

불신과 불안은 이 사회를 좀먹는 해악이다. 그 배경에는 투명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불필요한 행정절차들이 있다. 검은 천을 두르고 그저 믿어달라고 외처서는 발전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정부정책이 경제 위주로 편중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발전, 즉 행복 추구다.

지금 인기를 얻기 위해 경제에 집중하다간 멀지 않아 사회문제, 환경이슈들로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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