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중매체 확산 … 남북한 넘나드는 소통의 통로
폐쇄된 북한사회, 문화 유입으로 주민 의식변화 가속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류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남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를 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소프트파워가 국력의 또 다른 원천이 되는 글로벌 시대에 한류는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중문화 인기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 산업, 관광분야로까지 ‘한류’는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한류가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로 확산되는 곳이 있다. 바로 분단 70년의 장벽이 드리운 북한이다. 북한 하면 의례히 독재, 폐쇄 국가, 핵무기 등 정치군사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북한과 한류는 왠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외부정보의 유입이 철저히 폐쇄되고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는 북한사회에서 남한의 대중문화가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부산하나센터 강동완 센터장

(동아대 교수)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은 물론 북한의 공식문헌에서도 남한 영상물 시청에 따른 ‘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라는 내용이 직접 언급되고 있다. 외부정보와 문화를 엄격히 차단하고 통제하려는 북한 당국의 단속을 넘어 남한의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예능 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CD(DVD), USB 등을 통해 북한 내부로 유입되고 있다.

 

70년의 분단세월은 남북한 정치, 이념적 대립뿐만 아니라 사람 간 마음의 갈등을 깊게 만들었다. 한민족이기 때문에 같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이제 우리의 섣부른 기대일지도 모른다. 남북한이 한 민족이라 말하지만 언어, 음식, 외형, 취향 등의 문화적 이질감은 깊어졌다.

 

남북한이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녹이고 하나의 마음을 엮어가는 통합의 고리가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상물을 접하면서 제한적이나마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경험하는 것은 남북한의 사회문화적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으로부터 철저하게 주입된 정보를 통해 외부세계를 인식했던 북한 주민들로서는 남한 미디어가 외부세계를 경험하는 출구가 되는 것이다. 북한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남한 영화나 드라마 시청은 남북한 주민들의 연결점이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남한 영상물 시청행위는 남북한 사람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분단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된다. 북한에서는 외래문화를 ‘자본주의 날라리풍’, ‘제국주의 사상문화침투’ 등으로 부른다. 김정일 시대부터 강조된 외래문화 차단의 모기장론은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은 단순히 남한 대중문화가 북한에 유입되는 현상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폐쇄적인 북한사회에 어떠한 파급효과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남한 대중매체의 북한 내 확산은 분단된 남북한 사회를 넘나드는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단구조 재편성에 기여할 것이다. 외부정보와 문화의 유입을 통해 북한주민들이 정권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인식함으로써 사회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알면 바뀔 것이다”라는 어느 북한이탈주민의 말처럼 북한주민의 의식을 깨우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통일 방안일지도 모르겠다. 한류가 북한을 흔들고 통일의 바람으로 불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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