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있어요, 맥주~’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사이로 맥주보이가 연신 소리를 높인다. 응원하던 팀이 점수를 내지 못하자 열이 받은 관중은 맥주를 사 마시고 다시 목청 높여 소리를 질러댄다. 편하고 좋은 세상일까.

주류 관련 고시·규정이 개정되면서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앉아서 술을 배달시킬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주류 관련 고시·규정 중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 국민 불편사항은 정비하되, 세원관리 핵심제도는 더욱 엄정히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치맥과 슈퍼의 주류배달은 물론 야구장에서 맥주보이의 생맥주 판매가 허용된다. 치맥 페스티벌 등 한정된 장소의 주류판매 역시 허용되며, 전통주 통신판매수단도 확대한다.

국민 불편해소를 이유로 들었지만, 우리 음주문화의 특성상 과연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거둘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 야구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신다지만, 이들은 절대 과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연령 이상 성인들은 아무 때나 술을 사 마실 수 있다. 음주천국이다. 성인 남성의 약70%가 음주를 하며, 농촌인구의 절반이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서너 번씩 술을 마시고 13%는 매일 마시고, 6%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른 알코올중독 상태다.

알코올 소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폭음률은 미국 대비 3배 이상이다. 성인 중 130만 명 이상이 알코올중독자로 추정된다. 우리 국민이 1년간 마신 술값이 21조 원인데 술로 인한 의료비가 술값의 약 10분의 1이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2만 명이 넘는다.

술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어찌 보면 가장 작은 문제가 개인의 건강문제다. 자기 선택에 의해 자신이 책임지기 때문에 가장 한정적이다. 두 번째는 음주 후 술이 깰 때 까지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조직 내 효율저하 문제다.

세 번째는 음주가 원인이 되는 폭행 및 치사, 성폭력, 언어폭력, 자살 등 사회문제다. 네 번째는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관계훼손 문제다.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사회와 국가를 좀먹는 심각한 사안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선배가 술을 가르친다고 못 먹는 술을 먹여 사망에 이르고, 폭음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여자후배를 성폭행하는 지경에 이르는 대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술 먹고 그런 거니까 이해하라고. 예고된 사건이 반복되는 대도 눈감으라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국민들에게 정신을 잃고 살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갈등과 불안, 불신과 지나친 경쟁, 불공정 등으로 곪아 터지기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 건드리기만 하면 분노가 폭발할 것 같다. 여기 마음껏 편안히 술을 마시도록 국가가 배려한다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국민 복지를 위해 편안하게 언제든 앉아서 술을 배달시키도록 한다면 그에 합당한 음주문화를 갖추도록 계몽과 각성 활동도 병행돼야 한다.

술을 자제하고 정도껏 먹도록, 대화의 수단으로 기분 좋게 마시는 문화로 정착하도록 사회 각 처에서 모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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