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에게 통일된 한반도 남겨주는 것은 현 세대 의무
방어논리와 비난 대신 공동번영 위한 대화 나설 때

 

며칠 전 모 지상파 방송에서 강제노역과 생체실험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러시아군인 소속 고려인 청년포로들을 방영한 내용을 우연히 접했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억압을 피해 연해주로 이주한 우리 조상, 즉 고려인 중에서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하자 당시 강제징집에 동원된 인원이 4000명이나 되며 러시아가 독일과의 전투에서 패했을 때 포로가 돼 독일 전역의 포로수용소에 감금됐다. 당시 독일제국의 만행으로 강제노역과 생체실험으로 대부분 머나먼 독일 땅에서 묘비조차 제대로 없이 쓸쓸히 일생을 마감한 고려인 청년군인들에 관한 얘기였다.

 

▲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방만기 연구교수

특히 한 고려인 포로가 아카이브 연구실험의 일환으로 녹음된, 그리움과 서러움이 배어있는 수심가를 부른 것을 들을 때는 조국 잃은 슬픔과 우리 조상의 애환과 한이 묻어나 필자의 심금을 너무나도 애처롭게 만들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러시아 소속 포로병들이지만 그 내면은 누가 보나 사라진 조선의 후손으로 우리 한반도 핏줄이고 어엿한 우리 동포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을 맞이한 것이 비단 그때의 고려인만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를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고구려나 백제가 멸망할 때도, 발해가 멸망했을 때도 비슷한 비극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제 우리를 한번 돌아보자. 분단된 조국의 슬픔을 잊어버리고 반쪽 된 남한에 안주하며 지금의 상대적인 경제 번영에 안위하고 만족할 것인가? 지금 남한이 경제적 여유는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일이나 일본처럼 경제적 강대국이 된 것도 아니고 이러한 번영 역시 단지 현 세대의 힘과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는 알고 있을 것이다.

 

눈을 돌려 북한을 바라보자. 통일된 조국강산을 우리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남북한 모두 반성해야 한다. 북한도 남한에 대해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논리와 비난을 일삼지 말고, 보다 나은 주민의 삶을 이루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

 

남한도 마찬가지로 남한의 우월한 경제력을 앞세워 일방적인 ‘흡수통합’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택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해 경제발전을 이룰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서로가 비난을 자제하고 서로 만나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아직도 주변 강대국들 즉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주판튀기기에 여념이 없는 지 자문해볼 때다.

 

가령 해답을 먼저 갖고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비용과 고통이 다소 따르더라도(공짜의 점심은 없는 법) 주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도 인구 7500만에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가 넘는다면 과연 강대국들이 우리를 지금처럼 대할 것인가? 지하에서 묻히신, 우리 광복을 찾기 위해 이름 없이 사라져간 우리 선혈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것은 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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