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편익 우선한 통일 논리로 정서적 이해 부재
문화적 공감대 형성돼야 진정으로 장벽 허물 수 있어

 

통일은 우리에게 정말 장밋빛 미래일까? 분단 7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점차 상실돼 가고 있다. ‘통일한국’은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미래의 그 어느 때나 있을 법한 꿈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어쩌면 ‘통일을 꼭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통일의 꿈조차 잃어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왜 굳이 통일을 해야 하는가, 오히려 통일이 되면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통일은 어느새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이해시켜야 하는 존재가 돼 버렸다. 우리 시대의 담론은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통일은 힘겹게 짊어지고 가야 할 부담스런 짐이 된 것 같다.

 

▲부산하나센터 강동완 센터장

(동아대 교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남북한은 상대 체제에 대한 갈등을 넘어 ‘사람’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도 깊이 내면화되고 있다. 남북한이 한민족이라 말하지만 오랜 분단의 세월로 인해 우리는 문화적, 정서적으로 많은 차이가 생겼다.

 

통일은 그런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가야 할 일이다. 정치·경제적 통합과 제도적으로 하나가 됐다고 해서 통일이 다 이뤄진 것은 아니다. 남북한 사람들 간 문화, 인식, 정서적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서로가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으로서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70년의 분단 상태가 만들어 낸 남북한 사람들의 문화·정서적 차이를 극복하고 사람 간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알아가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통일 논의는 주로 경제적 부분의 통일편익이 강조됐다. 통일한국이 되면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돼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이제는 경제적 수치로써의 통일편익뿐만 아니라 정서적, 인식적 차원에서 체감할 수 있는 통일을 이야기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화, 인식,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과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새롭게 변화하는 북한의 사회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모습을 이해하고 남북한이 서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적 기반을 통해 동질감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면 문화접점을 통해 서로에 대한 거부감이나 적대감을 줄여 나가야 한다. 문화접점을 통해 인식적 격차를 줄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통일준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일상생활과 멀리 떨어진 거대담론으로서 통일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직접 인지할 수 있는 통일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폐해가 우리의 실생활에 스며있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고착화된 분단의 일상을 극복할 수 있는 통일논의가 돼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통일을 사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지속적인 통일의지와 실천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정치, 경제적 차원의 통일이익이나 제도만의 통일이 아닌 ‘사람 간의 통합’이라는 문화와 정서적 접근을 통해 실제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확산하자. 쪼개진 마음이 하나로 모아질 때 분단의 장벽은 쉬이 허물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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