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 살림 규모가 400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인 386조4000억원 보다 14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국가예산이 처음으로 400조가 넘어갔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지만 고정 지출되는 복지 관련 예산이 많아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은 사실상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예산안의 분야별 규모를 보면 보건과 복지·노동이 130조원, 일반과 지방행정에 63.9조원, 교육 56.4조원, 국방 40.3조원, SOC 21.8조원, 농림 19.5조원, R&D 19.4조원, 안전·공공 18조원, 산업 15.9조원, 문화 7.1조원, 환경 6.9조원, 외교·통일 4.6조원 순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번 예산안은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라 별 무리 없이 정기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지만 짚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예산이 국민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의식한 퍼 주기식 단기 복지 중심으로 편성됐다는 것이다. 복지예산은 2013년 97조에서 130조원으로 늘었는데 그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또한, 정부 예산 중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챙겨 보내야 하는 지방교부금과 지방교육교부금 87조원, 국방 예산 40조원을 제외하면 쓸 돈이 없다.

전체 예산의 40%도 안되는 143조원을 갖고 경기를 부양해야하고 SOC, R&D 분야에서 불투명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SOC분야는 유지·관리를 무시한 채 예산의 8%를 줄여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한 예산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대한민국은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약간 맛보았다.

연일 갱신되는 최고 기온에서 폐사하는 어류와 가축을 보면서, 타들어가는 작물들로 물가상승을 체감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그 살인적인 더위를 견딜 수 있을까 고민들도 했다.

그런데 찬바람이 한번 불자 국민들은 물론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정치계나 관료, 전문가라는 사람들 모두 망각에 빠져버렸다. 많은 단체들이 국회의원들을 끼고 기후변화위기 운운하는 행사들을 국회에서 개최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데도 컨트롤타워가 없고, 부처 간 업무가 중첩되고, 예산과 조직이 태부족이라는 등 온갖 이슈들을 퍼 나르지만 정작 열매 맺는 실천은 없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인력도, 인식도 턱없이 부족하다. 먼저 ‘기후변화적응예산’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예산이 얼마라도 나와야 한다.

부처이기주의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숨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모든 분야에서 기후변화적응 시나리오를 만들고 블루오션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산림, 농림, 해양, 수산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서비스업 등 전 분야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언제, 어떤 재해가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뭔가 획기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예산편성이 정히 어렵다면 민간부문에서 자본을 대고 사업화를 이뤄가도록 길이라도 열어줘야 한다. 그런 것이 창조경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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