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기상청이 잦은 기상오보를 내는 원인이 예보관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컴퓨터시스템의 부실운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지난 7년간 기상 선진화를 위해 9천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김삼화 의원(국민의당)은 “정부가 2011년 9.15 순환정전 사고 때와 똑같이 2016년 여름 기상오보의 원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시스템의 부실운용은 숨기고 날씨변화와 사람의 경험부족을 탓하는 것은 기관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2011년 9월15일 광역정전사고에 대해 전력거래소는 유례없는 이상고온현상을 예상치 못해 과소 수요예측으로 전력예비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순환단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따른 대책으로 기상청 퇴직자 2명을 특별채용, 수요예측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비전력 부족의 진짜 원인은 날씨가 아니라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의 부실 운용에 있었다는 것이 2014년 감사원에 의해 밝혀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은 지난여름 폭염 오보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사진=김경태 기자>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


기상청 역시 2006년 4월, 2007년 2월, 2010년 7·8월에도 심각한 기상예측 실패를 경험했다. 이때마다 기상청은 과학예보 부실은 숨기고 기상예보관의 경험부족 탓으로 돌렸다.

이에 따라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예보관의 특별승진, 평생예보제, 올해는 퇴직자 자문관 영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기상청은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2000년부터 수치예측모델과 슈퍼컴퓨터 도입 등 과학예보에 2천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2007년 당시 일본 수치모델의 기상 예측성이 낮다는 평가에 따라 한반도 기후지형을 반영해 코드 변형을 할 수 있는 영국통합모델(UM)을 2010년 도입했다.

아울러 영국통합모델에 입력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계산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슈퍼컴퓨터 3·4호기가 5년 주기로 도입됐지만 기상청의 오보는 개선되지 않았다.

절반도 못 맞추는 장마철 예보


이뿐만이 아니다. 기상청은 과학예보 선진화를 위해 지난 7년간 9천억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예보 정확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단기예보 오차는 2011년 이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중기예보의 오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마철 예보 정확도 역시 50%를 밑돌고 있다. 2012년 52.3%, 2013년 40.1%, 2014년 27.9%, 2015년 49.0%였고, 2016년 여름에도 40%에 그쳤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최근 한반도 주변 기류의 이상현상이 극심해져 과거의 경험법칙들이 적용되지 않아 기상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날씨 예보의 과학화를 위해 도입한 수치모델과 슈퍼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김삼화 의원은 “기상청은 지난 7년간 과학예보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했음에도 오보의 원인을 매번 이상기후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한국의 지형적 기후변화의 특성을 반영해 수치모델을 계속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상 IT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기상청은 운이 좋았다. 지난여름 잇따른 폭염 오보에도 불구 한전의 누진제가 워낙 문제가 되면서 뒤에 숨을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국민적 원망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기상 선진화를 위해 9천억원 가까이 투입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윤화 기상청장은 “지금까지 예보 정확성에 대해 내부에서만 평가했다. 외부기관에 맡겨서 평가하는 용역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며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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