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은 우리에겐 타산지석, 북한에겐 반면교사
북한의 독일통일 논의를 반드시 분석해야

한반도와 독일 간에 놓여있는 역사, 정치, 문화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독일통일은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평화적인 과정을 통해 달성됐다는 이유로, 통일 이후 분단 시기에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국가를 건설했다는 이유로 우리의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급작스럽게 닥친 통일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서독이 통일의 과정에서, 그리고 통일 이후 독일이 통합의 과정에서 겪어야만 했던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도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어 분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통일연구원 손기웅 부원장

지난 26년간 우리의 독일통일 사례에 대한 관심은 부침을 겪었다. 통일 직후 반짝였던 관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의 상황은 우리와 다르다, 통일의 방식도 우리에게 적용되기 힘들다’는 주장들로 힘이 빠졌다. 통일 이후 겪어야 했던 통일의 후유증과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독일통일의 사례는 주목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통일 20년이 지나면서부터 통일이 가져다준 성과, 즉 분단의 극복 이후 독일이 정치, 군사, 경제,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주장과 논의가 활기를 띄면서 독일통일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의 강조로 독일통일은 잠시 특수를 맞기도 했다.

어떠한 현실과 상황에 놓여있건 간에 우리는 통일을 잘 준비해야 하고, 통일이 실현된 후 통합을 잘 추진해야 한다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통일준비, 통일대박을 위해서 우리가 독일사례를 연구하는 일 외에 또 하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분단 시기에 동독과 서독이 같은 분단국가였던 한반도 통일, 남한과 북한의 관련 정책에 관해 어떠한 관심을 가졌고, 그것이 그들의 분단극복을 위해 어떠한 함의를 가졌는가, 통일 이후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는 독일이 한반도 통일, 남한과 북한의 관련 정책에 어떠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겪었던 통일과 통합의 과정을 통해 얻은 혜안을 어떻게 남북한에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를 우리가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 우리의 통일노력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독일통일에 관해 북한이 추진했던 연구들을 살펴보는 일이다. 독일통일은 북한에게 충격이었다. 사회주의형제국이었고, 사회주의 제1의 경제강국이었던 동독이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무너졌는가, 그것이 그들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이고, 자국의 체제와 독재권력의 유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에 관해 북한은 우리 이상으로 열심히 독일통일 사례를 연구했을 것이다. 한 때 독일에 체류했던 1000명 이상의 북한인들이 독일통일에 대한 분석과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일통일 사례에 대한 우리의 연구와 그로부터의 시사점 도출이 더 큰 유의미한 정책적 함의를 가지기 위해서는 동일한 독일사례로부터 북한이 도출했을 정책적 시사점도 가능한 한 입수·분석해 함께 연구해야 마땅하다. 독일사례가 우리의 통일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한편으로, 동독과 같은 종말을 맞지 않으려는 북한의 대응준비로 인해 독일통일 형식을 전제로 하는 우리의 통일노력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과 많은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독일의 한반도 통일에 관한 심층 연구, 북한이 진행했고 도출했을 독일통일에 관한 분석과 대응방안에 관한 심층 연구가 통일을 지향하는 지금, 권력이 안정되지 못한 북한의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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