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지난 2015년 9월 조건부 가결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러한 의혹에 대한 해명이 사업주체인 양양군 대신 환경부에서 나온 배경에 대한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이 해명마저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원주지방환경청이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처음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국립공원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부대조건은 모두 7가지로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방안 강구 ▷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양양군-공원관리청 삭도 공동관리 ▷운영수익 15% 또는 매출액의 5% 설악산 환경보전기금 조성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등이다.

 

자연환경영향검토서, 환경영향평가서(초·본안), 현지조사표, 영수 증빙자료 비교<자료제공=서형수 의원실>

현지조사표에는 오후 3시경 조사를 했다고 기록했지만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사용한 영수증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생태원도 ‘믿기 어렵다’ 지적


그러나 사업 허가 여부의 판단자료인 자연환경영향검토서, 환경영향평가서(초·본안)의 현지조사표가 조작되거나 잘못된 기초자료를 적용해 환경영향을 축소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 의원은 “현지조사표 기록을 검토한 결과 ▷현지조사를 하지 않았으나 해당 일자에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표기한 사례 ▷특정한 전공자는 해당분야 전공분야에만 조사토록 돼 있음에도 비전문가가 다른 영역조사에 투입된 사례 ▷사업지역의 환경현황이 확인 불가능한 조사지역을 결과로 제출한 경우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본안)을 검토한 국립생태원은 “현지조사표의 가독성이 낮고 조사시기별로 정리가 안 돼 있다”, “동·식물분야 참여자가 다른 분야의 조사자로 제시돼 있다” 등의 의견을 제출했다. 한 마디로 믿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립생태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조사표에 조사시점 및 지점의 좌표가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실험실에서 시료 분석할 때, 로데이터(Raw Data)를 안 내놓고 결과만 내는 것과 같다. 이는 사실상 실험을 안했다는 의혹도 가능하다. (생태조사자들은)증빙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사진까지 다 찍는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반드시 조사표에 기록하도록 돼있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규정에는 현지조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한 것처럼 작성한 경우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고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을 경우 징역 2년에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서 의원은 “국립공원지역에 설치되는 것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모자를 판에 법에 규정된 절차를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사업의 협의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은 사업을 반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조사서를 작성한 업체를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현지조사표에는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조사원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포유류, 어류, 파충류 등을 함께 조사했다고 기록하는 등

허위작성 의혹이 제기된다. 게다가 비전문가가 전공이 아닌 분야를 조사한 경우도 많다. <자료제공=서형수 의원실>



불리한 조사보고서 ‘은폐’ 의혹


이뿐만이 아니다. 양양군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했을 때 산양의 스트레스가 증가할 것이라는 조사를 하고서도 이를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반영하지 않아 고의로 누락·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이 양양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오색삭도 설치사업 관련 동물(산양)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양이)인간의 간섭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게 검출”로 나타났다.

 

또한 국립공원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작성된 ‘산양 정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중간보서에는 산양 외에도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이 무인카메라를 통해 확인된 지점을 케이블카 예정 노선 지도에 표시했지만 환경평가서에는 이 지도 역시 누락됐다.

케이블카 사업에 불리한 조사결과를 고의로 빠뜨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송 의원은 “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음에도 타당한 사유 없이 반영하지 않았다면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며 “원주지방환경청이 평가서를 반려하고 재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한 해명을 사업주체인 양양군청이 아니라 감독·승인 기관인 환경부가 대신 나선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마저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이래저래 환경부는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환경부는 양양군청이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이 규정에 맞는지 검토한 후 허가를 내주는 기관이지,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라면 작성자인 사업자 잘못이지, 환경부 잘못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신 해명에 나선 것은 나중에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미리 변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환경부, 업체 말만 믿고 거짓자료 배포

 

환경부는 10월4일 해명자료를 통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폭로한 ‘밀렵꾼의 정밀조사 참여’에 대해 “두 조사원의 밀렵전과는 모두 10년 이상 경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3일 후 양양군이 이정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한 명은 불미스러운 일은 있었지만 기소되지 않아 전과가 없고 다른 한 명은 20년 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조사업체 말만 믿고 엉터리 해명을 한 것이다.  이 의원은 “환경부와 사업자 간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환경부는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은 유령연구자 폭로에 대해서도 “해당 전문가는 1차례 현지조사에 참여했으며 이후에는 본인의 일정상 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전문가 이모씨가 작성한 질의서에는 환경부 해명처럼 일정이 안맞아서 부득이하게 참여를 못한 것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했고 자연환경성 조사를 비롯한 어떠한 조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1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지방환경청 국정감사에서 박미자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이정미 의원의 질의에 “조사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은 “이름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환경부가 거짓 보도해명자료를 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장 조사원은 초능력자?

아울러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68조제2항에 따라 자연환경조사 분야별 조사자가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조사업체 역시 “박사급 전문가를 원한다면 몰라도(포유류 전공 조사자가) 동류분류 기사 자격을 갖고 있으면 어류까지 분류할 수 있다. 종을 찾는 것은 분류기사도 가능하다”며 “환경청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조사표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조사원 한 명이 비슷한 시간대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포유류, 양서파충류, 어류 등을 모두 조사한 결과들이 발견됐다.

녹색연합 황인철 설악산케이블카대응팀장은 “인간의 신체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한 것으로, 슈퍼맨 혹은 초능력자나 가능한 일”이라며 “실제로 조사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기재하다 오류가 났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정미 의원은 “사업자는 밀렵전과자를 산양정밀조사에 참여시키고 유령연구자를 만들어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했으며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환경부가 허위로 보도해명자료 내는 등 사업자와 환경부 커넥션이 확인됐다”며 “환경영향평가서는 부실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위법적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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