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정부 산하기관과 주요 은행의 순번대기표, 영수증 등에서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어린이 행동장애 등에 영향을 미치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인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 순번대기표에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유사작용을 하는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여성환경연대, 환경정의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시청 열린민원실 등 6개 정부산하기관과 6개 주요 은행의 순번대기표, 영수등 등 감열지를 수거해 내분비계장애물질(환경호르몬)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정부 산하기관에서 발급하는 영수증과 순번대기표에서 최대 1만6469㎍/g의 비스페놀계 내분비계장애물질이 검출됐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영수증에서 비스페놀A 1만141㎍/g,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영수증 1만1879㎍/g, 국립생태원 영수증 1만190~1만6469㎍/g, 국립공원관리공단 영수증 9459㎍/g, 서울시청 열린민원실 영수증 1만1369~1만1299㎍/g 등에서 비스페놀계 내분비계장애물질이 검출됐다.

또한 함께 조사한 은행 순번대기표의 경우도 우체국 1만4251㎍/g, 농협 1만3497㎍/g, 하나은행 1만3991㎍/g 등 다량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영수증과 같이 열을 가해 글씨를 나타내는 감열지에는 비스페놀A와 유사체인 비스페놀S, 비스페놀B 등이 표면에 색을 내는 염료(현색제)로 사용된다.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사춘기를 촉진하며 어린이 행동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은 비스페놀A의 일일섭취한계량 50μg/㎏ of bw/day을 4μg/㎏ of bw/day으로 낮추고 이와 관련된 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관리청(EuropeanChemicals Agency, ECHA) 산하 위해성평가위원회(Risk Assessment Committee, RAC)와 사회-경제분석위원회(Socio-economic Analysis, SEAC)에서 ‘감열지에서의 비스페놀A 농도를 0.02%(=200ppm)로 제한한다’는 공동의견을 발표했으며 규제는 2016년 7월6일에 승인돼 빠르면 3년 뒤인 2019년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2015년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했고 민간에서도 자체적인 노력을 진행 중이다. 까르푸는 비스페놀계가 없는 영수증을 사용 중이며 환경부장관이 까르푸 매장을 방문해 유해물질 없는 영수증 홍보에 직접 참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공공기관에서도 아무런 대안 없이 비스페놀계 환경호르몬이 사용된 영수증과 순번표를 발급하고 있어 시민과 노동자의 건강피해가 우려된다.

송옥주 의원은 “세계적으로도 비스페놀계 내분비계장애물질 사용에 대한 금지와 대체제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에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비스페놀A가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영수증이나 순번대기표를 다루거나 취급하는 작업자 그리고 일반 시민 또한 비스페놀A를 포함한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안전한 대체물질 개발과 관련 규제의 필요성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열지의 비스페놀(BPA, BPS, BPF, BPB) 분석결과 <자료제공=송옥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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