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특집 특별기획 통일-가야만 하는 길
[기획 연재칼럼(22)] 가을, 북한을 생각하며…인도주의적 접근 필요


분단으로 인한 한반도 불균형은 서로에게 ‘상처’
이산가족 문제, 혈육 보듬는 인간적 정책 모색돼야

 

가을이 선뜻 다가왔다. 물론 남한 내에도 추운 계절의 난방이나 연료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분들이 많지만, 남한보다 위도가 높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은 더더욱 겨울의 난방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1945년 분단 이후 북한 지역을 장악한 김일성 정권이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에 착수하자 이에 좌절한 수많은 유산계급이 월남했다. 북의 관서지역은 100여년 전 기독교가 한반도로 전파되는 대표적 경로였고, 평양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조선 기독교의 본산이었다. 이 기독교세력 역시 북한의 전제정권에 좌절해 대거 남하했다.

 

▲이수현 변호사

한국전쟁 기간 전선이 오르내리는 동안,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남쪽으로 피난했고 종전 후 돌아가지 못하거나 돌아가지 않았다. 45년부터 53년의 기간 동안 월남한 북한 주민은 적어도 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종의 민족대이동인 것이다. 이는 현재 남한 주민의 상당 비율이 월남한 분들의 후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부지방에 거주하는 분들의 경우 조상 중 이 시기 동안 월남한 분이 없을 가능성이 오히려 낮을 것이다. 대격변과 참화의 시간 동안, 실로 아주 우연한 계기와 차이로 인해 어떤 분은 북에 남게 됐고, 어떤 분은 남으로 내려 온 것이다. 남쪽에 태어난 우리는 그런 점에서 본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운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남과 북이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형제자매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남한에는 현재 200만톤 정도의 정부 보유 쌀이 있다. 이는 정부의 이중곡가제에 기초한 쌀수매제도로 인해 생긴 여분의 쌀이다. 이 쌀의 보관비용이 만만치 않으나 정부는 농업보호 정책으로 인해 이 쌀을 내다 팔지도 못하고 창고에만 쌓아가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의 전체 주민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식량이 생필품 중의 생필품이므로,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한에서 매일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는 엄청날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이 분단선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오로지 분단선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한 일이다.

 

일제시대 각 지역의 신체검사 자료에 의하면, 당시 한 나라가 됐던 조선과 일본의 지역별 신장이 아주 흥미롭다. 조선의 북쪽이 가장 장신이고 남하하면서 평균 키가 줄어들며 현해탄을 건너 갈수록 더 줄고 일본의 혼슈로 갈수록 더더욱 신장이 줄어든 것이다. 북방계의 장신, 남방계의 단신이라는 공식이 조선과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 것이다.

 

필자는 한반도 남단 출신으로 그리 큰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역을 오가면서 만난 북한 분들 중 필자보다 키가 컸던 사람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이는 북한의 식생활, 환경 등으로 인한 것으로, 분단은 이제 한민족의 생물학적 특성마저 그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남한에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분들의 숫자가 약 6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이 분들의 가족상봉을 지금처럼 예를 들어 몇 년에 한 번 200명씩 정도로 행한다면, 저 6만명이 모두 가족상봉을 하는 데에는 500년 이상이 걸린다. 물론 500년은커녕 100년만 지나도 지금 지구상의 인구 대부분은 죽고 없을 것이다. 이 고령 이산가족들은 지금도 매일 고향과 가족에 대한 한을 품고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학살이나 다를 바 없다.  죽기 전에 고향에 가고 싶어 하고 혈육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처절하고 원초적인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국가가 도대체 국가라 할 수 있을까.

 

남한의 GDP는 북한 GDP의 최소 40배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 경제가 1년에 2.5% 성장한다는 것은 매년 남한 경제의 덩치가 북한 경제 전체를 덧붙이는 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과 대결을 북한의 탓으로 돌리면서 분단관리만 하며 이산가족들이 서서히 절멸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후일 역사는 오늘의 우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외부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press@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일연 유현덕의 캘리그래피] ‘한가위’
[일연 유현덕의 캘리그래피] ‘추분’
[포토] 고양시 스마트도시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대상 수상
제1회 에어페어_미세먼지 및 공기산업 박람회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조승환 제6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임명조승환 제6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임명
[기고] 스마트 방역 위한 국제 융합 연구 필요[기고] 스마트 방역 위한 국제 융합 연구 필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