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가 7일부터 18일까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신(新)기후체제’의 토대인 파리협정의 이행을 위해 지구촌의 역량을 결집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협정 발효에 따라 협정 이행에 필요한 세부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가결정기여(NDC), 투명성체계, 국제 탄소시장, 전지구적 이행점검, 재원 등 주요 이슈들이 이번 총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염려 속에 우리나라는 간신히 11월 3일 파리협정 국내 비준 절차를 완료하고 유엔에 비준서를 기탁했다. 우리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중비를 강조하고,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한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도 신뢰를 잃고 지지받지 못하는 계획들이 과연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회에는 197개국이 참석하며, 우리나라는 환경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그런데 무장해제 당해 실권도 없는 환경부의 장관을 치열한 국제협상 전선의 대표로 임명해 등 떠밀어 내보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우리 정부는 이산화탄소감축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지만 세계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한 예로 얼마 전 우리나라가 '2016년 기후 악당' 4개 국가 중 하나로 선정됐는데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라는 의미란다.

저명한 3개 기후변화 연구기관이 공동 설립한 연구 컨소시엄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의 분석 결과다. CAT는 매년 32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의 '감축 행동'을 추적,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을 '기후 악당' 국가로 평가한 이유는 1인당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석탄화력발전소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이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BAU 대비 30% 감축)를 공식 폐기한 바 있다.

아울러 환경부가 담당하던 기후변화 정책총괄 업무를 국무조정실로, 배출권거래제 업무를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사실상 환경부의 기후변화 관련 실권을 모두 박탈했다. 그러고도 여전히 국제무대에서는 환경부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고, 이번 COP22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독일(German Watch)과 유럽(CAN Europe) 기관들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54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기후불량국가'로 인식되면 국제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불러와 외교·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8위 국가의 책임을 지기 위해, 또 국익을 제대로 신장시키기 위해 한국은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의지와 힘이 있는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끼리 적당히 봐주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이슈가 아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