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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③한국, 국격에 맞는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

11월4일부터 파리기후협정이 공식발효 됐다. 파리협정은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체결된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담은 국제적 합의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전체가 감축에 나서기로 한 보편적인 첫 합의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이 역사적 현장에서 한국 수석대표로 협상에 참가했던 최재철 前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굉장히 컸고 이 협정을 꼭 성공시켜야겠다는 각 국가의 의지는 강했다”고 밝혔다. 최재철 대사는 외교통상부 환경협력과 과장, 국제경제국 국장, 주모로코 대사 등을 지내면서 국제협력 및 외교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24일 주덴마크 신임대사로 임명을 받고 덴마크로 떠나기 전 본지와의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신기후체제하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편집자주>

 

개도국 경제발전모델 한국, 에너지산업 구조 개편 불가피
큰 그림 없이 부문별 논의만, 소통 기반 감축로드맵 수립 시급

 

파리협정에 합의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공식발효가 됐을 정도로 국제사회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파리협정이 공식발효 되기 하루 전인 11월3일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비준국으로서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출발선에 함께 서게 됐다.

 

파리협정 공식발효…빠르게 움직이는 국제사회
최재철 대사는 “파리협정문에는 협정의 발효 조건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대표하는, 55개국 이상이 비준할 경우 발효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 비준했고 뒤이어 인도, 유럽연합(EU)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74개국이 비준하면서 10월4일 발효요건이 충족됐다. 그리고 30일 뒤인 11월4일 발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재철 주덴마크대한민국대사 (前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혹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국제협약은 각국 정부나 의회 비준을 거쳐야 구속력을 가진다. 우리나라는 비준서 기탁 후 30일이 경과한 12월3일 발효된다.

 

최 대사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 파리협정 타결의 핵심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공식발효에 있어서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자 비준을 서둘렀다”며 “그동안 기후변화 협약을 주도해 왔던 EU 역시 신속하게 비준에 뛰어들었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11월7일부터 18일까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에서는 실질적 이행을 위한 협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최 대사는 “큰 잔치 이후에 하는 회의는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는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를 열어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에너지절약 도시·스마트 농업 등) 분야별 액션 어젠다에 대한 발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고위급회의에서는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적극적으로 소개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렇게 빨리 비준을 진행했다든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재철 대사는 기후변화 협상에서 한국은 늘 국제사회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INDC(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할 당시 많은 국가들이 한국과의 양자 협의를 희망했다. 한국이 세계와 약속한 것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 어떤 수준의 기후활동을 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감축로드맵, 한국의 분명한 방향 담아내야
최 대사는 “한국은 세계경제 발전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압축 성장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이뤘고 높은 에너지집약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이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고, 한국처럼 성장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했던 것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 원자력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선진국 감축분은 순식간에 상쇄될 것으로 전망돼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개발도상국이 이미 시작된 이상기후에 적응하고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데 한국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다.

 

최 대사는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 그에 걸맞은 우리의 분명한 방향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나에게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를 국내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국가인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게 된 산업계는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산업·경제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온실가스 저감대책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산업 육성·에너지 정책은 분리돼야
최 대사는 “산업 경제력을 훼손할 정도로 우리가 에너지·기후변화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국가도 가장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 기후변화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 산업·고용에 미칠 영향력이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국제적인 추세와 한국의 이미지(국격)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특성상 국제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국제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한국은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국제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여기에서 우리는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 필요한 비용과 예상되는 어려움(개선·보완책)을 밝히고 국제사회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이 화석연료를 줄이는 데 상당히 부담이 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위상에 맞게 국제사회 요구를 수행하고, 신뢰성 있는 자료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산업 육성과 에너지 정책을 서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보탰다. 최 대사는 “중장기 정책을 펴는 데 제일 중요한 게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해 주는 것”이라며 “이제는 에너지 자체를 가지고 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에너지도 하나의 산업으로 해석해야 한다. 에너지저장 장치 등 파생산업을 가져오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쯤이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초안 마련 역시 국내 전문가 및 각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최재철 대사(왼쪽)와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그는 “국민적 합의를 빨리 얻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쉽게도 부문별 토론은 많이 이뤄지지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토론이 많이 없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산업발전 구조를 조합해 우리가 바라는 청사진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후변화·지속가능발전 함께 가야 하는 것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파리협정은 발효됐고 더불어 유엔총회는 2030년까지 추진할 새 개발목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면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 대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편한 체제로 계속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도태될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대응과 지속가능발전을 투 트랙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분야는 일관된 접근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하나의 트랙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융합시켜 나가느냐가 우리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최재철 대사는 2년6개월간의 기후변화대사라는 업무를 내려놓고 주덴마크 신임대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최 대사는 “기후변화대사라는 위치가 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국제적으로 흘러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국내에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며 후임대사를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주덴마크 대사 활동이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 지 기대된다. 덴마크의 우수사례를 한국에 전파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마무리했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사진·정리=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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