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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달걀대란은 인재(人災)
전국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확산되면서 수없이 많은 닭들이 살(殺)처분됐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매몰됐거나 매몰 예정인 닭과 오리가 2천6백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매몰할 땅마저 확보하지 못해 난감한 상태다.

지난 달 20일 AI가 발생한 전북 모 처의 경우 AI 발생농장 반경 3km 안에서만 매몰해야 할 닭이 160만 마리에 달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15년 발생한 AI로 이미 50여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는데 규정상 3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묻을 수 없기 때문이다.

AI도 무섭지만 더불어 향후 토양오염이 얼마나 심각해질는지 예측조차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일반 국민들에게 더 절실히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달걀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재래시장에 나가봐도 달걀 한 알에 500원 가까이 하고, 대형마트에서는 1인당 한판으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야 당분간 좀 자제하면 된다고 하지만 달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영세상인들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달걀의 해외수입부터 대체품 찾기까지 활로를 찾고 있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AI가 확산돼도 되레 닭고기 소비는 늘어 국민들이 과거와 달리 무책임한 ‘괴담’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AI 태풍 속에서도 닭들이 감염되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농장들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사육장 관리에 있었다. 사육비와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다른 농장들은 그야말로 ‘닭장’ 같은 좁은 공간에 위생을 무시한 채 밀집사육에 주력했다.

반면 닭이 건강한 농장들은 세배나 충분히 넓은 공간에서 닭들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했고, 건강한 사료와 철저한 사전 방역으로 농장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방법은 있었다.

현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토록 촉구했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는 방증이다. 거의 매년 AI와 구제역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입고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 일들이 반복돼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급하진 않아도 중요한 현안을 당리당략에 빠져 무시하는 정치인들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탁상 행정으로 일관하는 관계 당국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현장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을 도와야 한다. 영세농장들의 낙후된 사육방식을 적절한 규제로 관리했어야 했다. 세금은 이런데 쓰라고 걷는 거다.

편집부  iskimbest@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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