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2016년 한 해 동안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만 4059명, 이 중 21.7%인 882명이 사망자로 집계됐다. 특히 언론보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언론보도가 6년간 언론보도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피해신고와 언론보도의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보도의 52%가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집중됐는데 피해신고 역시 전체의 58%가 5~6월에 집중됐다. 12개월 중 가장 언론보도가 집중된 달은 5월로 1만8000건에 이르렀는데 피해신고는 6월에 13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1994년부터 2011년에 이뤄졌으므로 짧게는 5년 전부터 길게는 22년 전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를 소비에 대한 기억과 사용 당시의 가족구성원의 질병 또는 사망의 관련여부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할 수 있는 빈도가 커지면서 기억을 되살리고 관련성을 의심하게 되면서 피해신고의 빈도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고된 피해자가 전체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잠재적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추산하면 현재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관련 언론보도와 피해신고의 월별 흐름 비교.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폐 이외 천식, 비염 등 관련성 높아

지난 10월 말 한국독성보건학회의 학술대회에서 인하대학교 임종한 교수는 OECD국가들은 모두 폐렴사망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유독 한국만 증가해서 살펴보니 가습기살균제 판매기간 동안의 전체 폐렴사망이 7만명인데 이 중 20% 가량인 2만명이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렴사망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임 교수는 “폐 이외에도 천식과 비염, 특발성 폐섬유화, 자가면역질환, 간독성, 신장독성, 폐암, 유산 및 조산 등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의 관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신고자 대부분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잘 알지 못했고 또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거듭되는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오래전에 사용한 가습기살균제의 기억을 떠올리다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보도가 줄어든 7월 이후 피해신고도 따라서 줄어들고 있다. 아직까지 신고 되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를 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피해자 찾기 근거조항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오는 2월 통과되면 예산을 반영해 필요한 기구를 설치하고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특별검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밝히고 ▷제조판매사들의 판매기록 조사 및 산후조리원, 양로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피해신고는 언론보도량과 비례하므로 피해자를 찾는 활동에서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는 결정적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언론보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해 많은 잠재적인 피해자들이 보도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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