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물리의 연극 ‘하나코’



[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뼈아픈 우리들의 역사,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폭력의 역사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연극이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극단물리의 연극 ‘하나코’가 오는 2월7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연극 ‘하나코’는 2016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부문 우수작품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며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15년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합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던 시기에 초연된 연극 ‘하나코’는 극장을 찾은 관객들로 하여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뼈아픈 성찰을 이끌어내며 전회·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017년 현재,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외면하는 한국 정부와 10억엔 (한화 약 102억)을 담보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일본의 안하무인 태도는 2년 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 집회가 진행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피해자 생존자 수뿐이다. 1992년 당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 수는 150명이었으나 2017년 현재 40명(2017.1.10 기준)이다.



‘꽃보다 이쁘게 살라고 꽃분이랬는데…’



‘하나코’가 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

 연극 ‘하나코’는 폭력의 역사 위안부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내면서 국민들은 또 한번 가슴아픈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위안부 생활을 함께 하다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나는 생존자 ‘한분이’ 할머니의 이야기로 연극은 시작된다. 최근 영화 ‘터널’, ‘부산행’, 드라마 ‘공항 가는 길’ 등에서 강렬하고 독보적인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예수정이 ‘한분이’ 역을 맡았다.


삶의 끝자락에서 기억 바깥으로 밀어냈던 그리운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나는 한분이 는 사과 받아야 할 사람이 사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그 내면의 감정을 극한의 상태로 몰아 정제된 감정을 무대로 올려놓는다. 인간의 죄의식이 발현되고 그것이 어떻게 치유돼 가는지를 보여주는 그녀의 정밀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막연한 슬픔으로 느껴왔던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렌’을 연기하는 배우 전국향 또한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축이다. ‘렌 할머니’는 참혹한 역사의 현장인 캄보디아에서 살아가며, 동시대에 우리와 호흡하고 있는 피해여성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잔혹한 현실을 온 몸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여인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폭력에 뭉개진 과거와 왜곡된 꽃길인 현재의 잔혹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무대에는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학자와 이를 취재하는 방송사 PD 등 이해관계로 얽힌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차가운 현실과 마주한다.


참혹한 고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
배우 우미화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시켜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 측면을 여성학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배우 신안진 또한 할머니들을 취재하는 방송사 PD로 위안부 피해자의 불행을 외면하는 현실을 성토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연극 ‘하나코’는 김민정 작가와 한태숙 연출가의 만남으로 관객들을 또 한 번 기대하게 만든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다각적 관점의 해석을 통해 사실적인 재현으로 이야기를 묵직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김민정 작가는 “그 커다란 불행과 참혹한 고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문제의 안팎에서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한태숙 연출가는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 사회가 공통의 관심을 갖는 것 같지만 각기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자신이 필요한 것만을 취할 뿐이다. 그리고 뜨겁게 달려들었다가 슬그머니 사그라든다”며 “일본이 전격적으로 해치워버린 합의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민으로 산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이 시점에서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극 ‘하나코’는 오는 2월7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인터파크와 대학로티켓탓컴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오는 15일까지 사전예매 시 4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도 마련했다.


최근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 등 일본 정부의 압박은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역사, 위안부 문제 현주소를 담은 연극 ‘하나코’의 재공연에 관객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는 이유다.


<사진제공=극단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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