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세우는 방안이 밝혀진 이후 지금까지도 적잖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주변지역 연산호 훼손이 초기부터 우려됐는데 실제 피해상황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더욱이 해군이 훼손된 연산호 군락지를 복원하기 위한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파악한 민간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산호충류 훼손지 보전에 관한 로드맵 작성을 촉구했다.

산호충류(Anthozoa, 珊瑚蟲類)란 자포동물문 산호충강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으로 대부분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분포한다. 종에 따라 현미경적 크기부터 10cm쯤 되는 크기까지 다양하며, 조초산호류, 바다맨드라미류, 바다조름류, 말미잘류 등 약 6,000종이 속한다.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제주연산호TFT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착수된 2011년부터 연산호의 훼손과 변화를 모니터링해 보고했지만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문화재청 요구에 따라 해군 측의 의뢰로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이 1년간 조사해 2015년 10월 완료한 보고서 역시 훼손상태를 지적하고 있다.

해군기지와 인접한 강정등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환경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나타났는데 50% 이상의 지표생물군에서 상대적 감소가 발생했으며 특히 최우점종인 분홍바다맨드라미의 상대적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자료사진을 비교하면 공사전과 후가 명확하게 구별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종인 밤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등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종인 해송류 역시 영향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멸종위기종과 천연보호구역 관리와 보전의 책임이 있는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근거도 없이 해군기지건설을 합리화시켰다는 사실이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멸종위기 산호충류의 훼손과 보전에 관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해군이 추진하는 연산호 복원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중장기 보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민간단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방이라는 중차대한 이유로 인해 그동안 불가피하게 해군기지건설을 추진했다면 그로 인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역시 동시에 기울였어야 했다.

서로가 옳다 주장하는 가치관을 두고 오랜 동안 민관군 간 갈등과 다툼, 조정을 이뤄가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가 또 한번 반목과 불신으로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의문이 드는 부분은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발견된 문제들은 최선을 다해 개선해야 한다.

국익차원의 대형국책사업을 지속가능하게 추진하려면 당연히 더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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