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아산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설비 사업자 선정부터 환경영향평가 생략, 교부금 허위 신청 등 모든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부당하게 지급된 사업비 회수와 함께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아산시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공무원들은 해당 사업자가 자격미달이라는 점,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 신청한 보조금이 부풀려졌다는 사실 등을 모두 알면서도 눈감아줬고 결국 이는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농식품부 국장 ‘조용히 처리하라’

 

감사원에 따르면 A농업회사법인(이하 A법인)은 자본금(28.5억원)으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비 자부담금 108억원에 미달하고 자기자본(23억원) 역시 자부담금의 5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청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주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업신청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류평가에서 걸러내지 않고 평가를 받게 했다.

 

이 같은 특혜에도 불구 A농업회사법인은 외부 심사평가단 심사결과 탈락했다. 그러자 농식품는 A법인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재평가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평가위원 전원이 “A법인이 서면평가 결과 60점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장평가를 할 수 없다”고 거부하자 농식품부 담당국장은 “현장평가 대신 확인점검이라도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농식품부 담당국장은 현장확인을 다녀온 평가위원 2명(3명은 현장확인 거부)을 상대로 “A업체에 발표평가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내용으로 의견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근거로 대책회의를 소집해 예비사업자로 선정한데 이어 총 사업비 360억원의 축산분뇨 자원화 최종사업자로 선정해 현재까지 126억원을 교부했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 담당국장은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사업자 선정부터 시작해, 환경영향평가 생략, 과도한 대금 지급 등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와 아산시 관계자는 “사정이 있었다”는 말로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친환경축산팀장 관계자는 “결격요인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행정기관의 잘못이 맞기 때문에 안고 간 것”이라며 “A법인이 이의를 제기했고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평가단을 구성해 재평가를 실시해 예비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평가를 통해 A법인에 유리한 사실은 받아들여 예비사업자로 선정하고, 불리한 사실인 결격사유에 대해서는 눈 감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식품부 관계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다른 사업과 달리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은 민간회사법인은 자기부담금 이상의 자본금을 요구하지 않지만 농업회사법인에만 요구하고 있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사업지침이 잘못됐다면 이를 바로잡아서 적용시키면 되는 일이다.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해당 업체에 사업권을 내준 것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규정된 법이나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어긴다면 이는 행정부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아울러 탈락업체 재평가를 담당국장이 직접 지시한 것 자체가 특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한테 묻지 말고 감사원에 따져 물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충분히 특혜로 볼만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남에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체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 결격요인을 발견하지 못한 행정부 잘못”이라며 끝까지 업체를 감쌌다.

 

‘환경영향평가’마저 멋대로 생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아산시 담당관, 팀장, 담당직원은 A법인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되는 것을 알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승인받도록 도왔다.

 

2016년 1월 아산시청 담당공무원은 A법인의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이 100% 퇴비화·무방류 시설도 아니고 공공처리시설과 연계해 처리하는 시설도 아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를 팀장에게 보고하고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건축허가팀에 제출했다.

 

그러자 같은 해 2월 A법인의 대표이사가 아산시청을 찾아와 환경영향평가법 소관부처인 환경부가 아닌 농식품부에서 받은 질의회신 공문을 근거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산시청 담당공무원은 A법인 대표에게 ‘권한이 없는 농식품부의 유권해석에 불과하다’며 환경부 질의회신 공문을 요구하고 이를 팀장과 담당관에게 보고했다.

 

이에 A법인 대표는 아산시청 담당관을 찾아가 ‘농식품부 공문이 중앙행정기관의 공식적인 의사표시’라고 우기며 “환경부 회신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담당 공무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아산시청 담당관은 팀장과 담당직원에게 A법인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편법을 동원해 관철시켰다.

 

당시 아산시 담당직원은 금강유역환경청을 찾아 사업계획서나 제안서조차 제시하지 않고 ‘퇴비화 무방류 시설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해 아니라는 답변을 얻었고 이를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A법인의 가축분뇨화 자원화 시설은 무방류 시설이 아니다. 건축허가 신청 당시 사업기본계획서에는 방류수를 조경, 농업용수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핑계를 만들기 위해 하나마나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아산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여부는 환경부가 아니라 아산시가 결정하는 것이다. 시빗거리가 있을 때 금강유역환경청에 문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아산시가 절차를 어긴 것이 맞다. 해당 사항에 대해 상급기관인 충남도에 직무감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보조금 부풀리기’ 알면서 승인

 

허가와 심의 과정이 모두 엉터리인 만큼 진행과정도 엉터리였다. A법인은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에 필요한 발전기 1기의 가격이 11억원이라며 3기에 대한 보조금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이를 승인한 아산시청의 사업팀장이 발전기의 가격이 11억원이 아닌 2억5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중에 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보조금을 거짓으로 부풀려 타낸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보조금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고 이미 교부된 경우에도 돌려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산시청은 부당 지급된 교부금을 돌려받기는커녕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추가로 신청한 발전기에 대해서도 부풀려서 책정된 금액을 승인해줬다.

 

특히 A법인이 아산시청에 제시한 계약서는 발전기 생산업체와 A법인이 계약한 금액을 삭제한 후 복사한 사본이었음에도 이를 묵인해 발전기 1기당 2억5천여만원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부풀린 금액인 11억여원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A법인은 15억원의 보조금을 편취할 수 있었지만 아산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이 과다 지급된 보조금 회수와 함께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아산시청은 감사원 징계가 과하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산시청은 과다 지급된 교부금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에 공문을 보내 회수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A법인이 24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회수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이의신청을 한다면 법적인 소송절차를 밟게 된다.

 

아울러 공무원 징계에 대해서는 너무 과하다며 감사원을 상대로 재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아산시청 관계자는 “감사원 보고서만 보면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담당자들은 나름의 기준을 정해서 처리한 것”이라며 “농식품부에 문의한 결과 취소할 계획이 없고 이미 국비가 지원된 이상 정상적으로 추진하되 관심을 갖고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 가축분뇨 자원화 공동시설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산시는 감사원을 상대로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며 농식품부는 사업권을 회수할 계획이 없다.

 

이에 따라 자격 미달의 농업법인이 사업권을 따내 환경영향평가 없이 엉터리로 사업을 진행하고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부풀려 타낸 과정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무원의 묵인을 넘어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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