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아시아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 붐이 야생 호랑이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호랑이 개체 수가 증가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or Nature, WW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정부들이 인프라 개발 계획 수립 시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야생 호랑이가 멸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과 2022년 사이에 야생 호랑이 개체 수를 두 배로 늘리자는 글로벌 캠페인(TX2)을 진행함과 동시에 WWF보고서 ‘앞으로의 길: 아시아의 인프라 개발 붐으로부터 호랑이 보호’를 통해 야생 호랑이 보전을 위해 견지해야 할 관점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아시아 대륙 전역에 걸친 거대한 인프라 건설 계획이 호랑이와 우리 생태계에 전례 없는 위협을 끼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아시아에서 집행되는 8조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는 1000킬로미터의 도로와 철도를 포함한 운하,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송전선에 대한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인프라의 구축은 야생 호랑이를 단편화하고 밀렵을 증가시켜 사회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WWF 마이크 발처(Mike Baltzer) 호랑이 프로젝트 리더는 “인프라 구축은 아시아의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지만 우리는 호랑이와 호랑이 서식지를 대가로 개발해서는 안 되며 지속가능한 개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야생 호랑이, 지난 100년 동안 97% 감소
2010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호랑이 정상회의’가 열릴 당시 야생 호랑이 수는 3200마리로 줄어든 상태였으며 이는 100년 전 10만 마리에서 97%가 급감한 수치다. 그 후 6년간 보호지역의 관리 강화, 밀렵 근절 금지 지지의 증가, 모니터링의 증가, 호랑이 밀매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같은 노력으로 호랑이 주요 서식지와 국가에서 야생 호랑이 개체 수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야생에는 3890마리의 호랑이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수는 인도, 러시아, 네팔, 부탄에서 집중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야생 호랑이가 직면한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인도는 2016년에 76마리의 호랑이를 밀렵으로 잃었으며 중국, 미얀마,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의 인프라 개발 계획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10년 안에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500여마리의 호랑이를 잃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랑이 뼈로 만든 약

달버그 국제 개발 자문(Dalberg Global Development Advisor)에서 발표한 연구에서 아시아 정부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호랑이와 호랑이 서식지를 보호한다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수백만의 지역주민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반시설로부터 호랑이 서식지를 보호함으로써 지역주민을 포함한 여러 지역사회에 도움을 되는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WWF는 관련 국가들이 인프라 개발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호랑이와 호랑이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사항을 계획안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요 호랑이 서식지를 확보하고 호랑이의 이동에 필요한 지역을 보존하면서 세계의 정부는 환경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WWF 마이크 발처 리더는“호랑이는 아시아 문화 기반의 일부이며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세계의 유산이다. 호랑이는 담수, 숲, 공기 등 필수적인 자연 환경을 대표하고 있다”며 “향후 경제 개발 계획을 평가할 때 호랑이와 자연환경의 보존상태를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 사람과 호랑이, 생태계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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