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국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과 관련해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오정원 기자>



[국회의원회관=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 공습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서울이 중국 베이징보다 공기질이 나쁜 것으로 조사되면서 미세먼지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세계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앱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지난 3월21일 오전 한때 서울이 세계에서 공기질이 나쁜 순위에서 인도 뉴델리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불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정부는 미세먼지 ‘특별대책’까지 내놨지만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시대에 맞지 않는 에너지정책을 고수하다보니 미세먼지가 악화됐다며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현실적 대책은 에너지정책 전면 재검토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하고 한정애·홍일표·이정미

국회의원이 공동 주관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하고 한정애·홍일표·이정미 국회의원이 공동 주관한 미세먼지 정책토론회에서 석탄화력발전이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을 모색했다.


서울, 중국보다 공기질 나빴다


2016 OECD 보고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38개 회원국 중 28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대기오염 분야에서는 38위인 최하위로 선정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한반도 대기오염 문제가 향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OECD의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206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수가 한국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2010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만 크게 증가한 것은 국제사회와 역행하는 에너지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전과 석탄을 기저발전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고집하다 보니 대안 모색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조용성 교수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10기의 노후석탄발전소(3GW)를 줄이기로 했지만 그 대신 더 많은 신규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전체 석탄발전소 용량은 총 63기, 41GW에 달하게 된다.


석탄발전 공급이 확대되는 것은 오로지 싸다는 이유에서다. 값싼 전기를 생산해야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비, 연료비, 인건비 등 사적비용 외에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외부 비용을 환산했을 때 석탄발전은 결코 저렴한 전력원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환경비용, 사회적 비용(발전소 위치와 전기를 많이 쓰는 장소의 괴리로 인한 밀양송전탑 등의 같은 송배전 문제), 건강편익 비용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려대학교 조용성 교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기 석탄발전소가 예정대로 건설 시 그에 따른 투자비와 연간 운영비,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환경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각 발전소가 2035년까지 운영됐을 때 예상되는 총 비용은 약 265조원이며 그 가운데 환경비용은 50% 가량인 약 120조원으로 추정했다. 


조 교수는 “신규로 건설되는 20기 석탄발전소를 LNG 혹은 태양광, 풍력발전소로 대체했을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석탄발전만 운영했을 때보다 비용 감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환경편익 측면에서는 LNG발전과 태양광, 풍력발전과의 결합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총비용의 감소 측면에서는 2017년까지 석탄발전소 건설은 유지하되, 2018년 이후 석탄발전을 태양광, 육상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비용효과가 가장 컸다는 설명이다.


그는 “환경비용까지 함께 고려해봤을 때 기존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계획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 위해성 과소평가 우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이창훈 부원장은 “기존의 발전비용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NOx 및 SOx의 미세먼지 2차생성에 대한 기여도까지 고려한다면 석탄발전의 위해성 및 외부비용은 과소평가 됐을 것”이라며 기존 연구에서 추정하고 있는 환경비용이 과소평가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KEI 이창훈 부원장

이 부원장은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감안해 전력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발전단가에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외부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계되는 메커니즘을 마련해 전기수요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계획을 넘어 세제개편 및 시장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에너지시민연대 석광훈 정책위원은 “에너지 및 전력수급계획의 미세한 계획조정만으로는 여전히 한계”라며 “석탄과 다른 연료 간 형평성을 위해 세제를 개편하고 발전부문 연료전환을 위해 전력시장 구조개혁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정책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불어 탄소세, ETS(배출권거래제) 등으로 인해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비싸지고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로 발전단가를 낮추고 있어 석탄발전이 결국 경제적 메리트를 잃어 쓸 수 없는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경제적 메리트 잃은 석탄 ‘좌초자산’

 

산업부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

특히 영국은 2025년까지 CCS(탄소 포집 및 저장) 설비가 없는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2023년까지는 운영을 제한하기로 했다.


주한영국대사관 이오금 선임기후변화에너지 담당관은 “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력한 저탄소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저발전이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적 효과로 신재생에너지가 20%를 넘는 전력량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산업통상자원부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대적 성능개선과 환경설비 투자에 집중하겠다”며 현재의 석탄화력 중심의 에너지공급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숙명여자대학교 유승직 교수는 “산업부가 고집하는 환경성이 강화된 석탄화력 중심의 에너지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서 실효성이 없다”며 “획기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국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입장을 공고히 하며 더불어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환경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시장에 어떤 변화가 따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 산업계 등 전문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미세먼지의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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