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살(殺) 처분된 가축은 총 8524만여 마리이며, 총 4조4038억원의 비용이 지출됐다. 최근 발생된 경우만도 3월말 현재까지 살 처분된 닭, 오리 등은 3720여만 마리이며, 총 3600여 억원이 투입됐다.

살 처분 보상비는 경기 1262억원, 충남 593억원, 전북 521억원 등 298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살처분 가축의 보상비로 지출됐다. 올해 2월 발생한 구제역 때도 1390여 마리의 소가 살처분됐고, 보상금 56억원을 포함해 91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다시 돌아보니 지난 18년여간 엄청난 수의 가축들이 매몰됐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지만 개선된 것은 없었다.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면 반경3㎞이내를 묶어 살처분하고 매립하고 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리곤 끝났다.

예방이나 관리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곤 잊었다가 다시 상황이 재현돼왔다. 매몰지역 환경 복원비 같은 것은 아예 항목조차 없다.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매몰지 관리가 절실하다.

구제역 등으로 살처분 된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 방지 목적으로 가축 저장조를 이용하고 있지만,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장기간 밀폐로 가축이 썩지 않거나 파손 시 침출수가 유출되면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매몰지를 발굴해 조사 연구하며 복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사전, 사후 시스템이 전부 부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관리 부실의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제4암모늄염 등은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유해물질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토양 및 수질 오염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질산과다 식물 섭취 시 청색증 등 인체 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매립, 방치된 매몰지로 인해 발생하는 2차 오염을 고려할 때 땜질식 행정의 결과는 추후 몇 배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예방부터 사후조치까지 전과정을 보며 관리해야 한다.

가장 우선할 일은 정부·지자체·농장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차단 방역을 실시하며, 신축 및 리모델링 축사에 원천적으로 차단 방지 설계를 반영하는 일이다.

기존 매몰지는 하나씩 파내서 적정처리하고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 복구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살처분과 매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차별된 조건에서 건강하게 키워진, 건강한 닭들을 발병지역 안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하라고 명령한다. 법을 위한 법, 행정을 위한 행정을 넘어 국민을 위한 판단과 실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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