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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본 환경세상 ①] 유럽의 산성비와 동북아 미세먼지

국회입법조사처 최준영 입법조사관

미세먼지의 근원을 둘러싼 논의와 논쟁은 작년부터 계속 지속되고 있으나 뚜렷한 정답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데 미세먼지 문제의 핵심이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원인물질의 비중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기오염문제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데, 왜 작년부터 갑자기 이렇게 이슈가 됐을까? 많은 미세먼지 관련 논의에 참여해 봤으나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분명한 대답, 아니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쨌거나 미세먼지는 우리 환경정책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가 됐다. 그러나 과거 유럽과 미국의 산성비 문제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우울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과학적 조사·연구와 문제해결을 위한 지속적 협상이 결합되면 결국에는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나게 된다. 과연 1960년대 북유럽에서는 무슨 문제가 발생했던 것일까?

하늘을 뒤덮은 검은 먹구름 : 산성비의 저주
19세기 노르웨이의 극작가인 입센(Henrik Ibsen)의 희곡 ‘Brand(1867년 作)’에 “영국의 소름 끼치는 석탄구름이 몰려와 온 나라를 뒤덮으며 신록을 더럽히고 독을 섞으며 낮게 떠돌고 있다”라는 구절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월경성 오염문제는 오래됐다.

1950년대부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숲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스웨덴의 9만개에 이르는 호수 가운데 4만개가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겨났는지에 대해 1967년 스웨덴의 과학자인 스반테 오덴(Svante Oden)은 산림황폐화와 호수 내 산성도(pH) 상승의 원인이 외부로부터 유입된 아황산가스(SO2)로 인한 것임을 밝혀냈다. 그럼 아황산가스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밝혀진 책임 소재, 그러나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1971년 OECD가 영국과 서독이 스칸디나비아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면서 최초로 국경을 넘나드는 오염물질이 이슈화 됐다. 영국과 서독이 바로 이러한 결과를 시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면 문제해결은 쉬웠겠지만 이들은 연구결과를 즉각 부정했다.

이에 스웨덴은 1972년 4월 스톡홀름에서 개최한 UN인간환경회의(UNCHE)에서 산성비에 대한 조사보고서인 ‘Air Pollution Across Boundaries’를 발표하면서 산성비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었다. 이에 1972년부터 OECD 주도하에 유럽의 11개국이 참여하는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 측정에 관한 협동 기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냉전 시작 이후 최초로 미국, 소련 및 유럽의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긴장 완화와 유럽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개최됐다. 소련은 껄끄러운 대화 주제인 인권과 언론의 자유 등을 회피하기 위해 유럽 차원의 에너지, 운송, 환경 등에 관한 다자적 해결방안을 의제로 제시했다. 소련은 당시 노르웨이의 환경부 장관인 부룬트란드를 사전에 초청해 산성비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후 노르웨이는 소련을 대신해 국제협상에서 월경성 오염 통제를 위한 협약체결을 주도했다.

국제정치와 연계된 환경 협력
과학적 조사·연구와 더불어 냉전시기 한 축이었던 소련의 적극적 참여로 산성비 논의는 더 이상 일부 국가 간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로 전환됐다. 이에 UN유럽경제위원회(UNECE) 차원에서 월경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관리를 위한 협력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1979년 11월13일 당시 UNECE 34개 회원국 가운데 31개국이 ‘월경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에 서명했다(현재는 51개국으로 확대).

미약한 시작, 그러나 꾸준한 걸음
1979년의 협약체결 과정에서 영국, 서독 등은 오염물질 배출감축 의무에 반발했다. 이에 최초의 협약은 오염물질의 이동파악, 국가별 대기오염 관리전략 및 배출축소기술 등에 대한 정보의 수집·교환 체계에 주력하는 최소한의 의무규정만을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단 체결된 CLRTAP는 이후 회원국 간 논의를 거쳐 대상 오염물질의 확대, 감축목표의 설정, 감축방법 및 비용분담 등을 골자로 하는 8개 의정서를 단계적으로 체결함으로써 월경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산성비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

초기에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이동과 같은 과학적 연구로 출발했으나 이후 감축대상 물질들을 점차 확대해 2012년에는 PM2.5를 감축대상에 포함시키고, 2020년까지 2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데 이르는 등 CLRTAP는 지역적 차원의 대기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틀로서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

갈등의 동북아시아, 어떻게 풀 것인가?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1990년 후반부터 다수의 환경협력을 위한 체계가 구축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협력은 그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한·중·일 3국 간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과거보다 협력을 통한 문제의 해결은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냉전의 한복판에서 월경성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CLRTAP가 도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협상을 위한 길은 항상 존재하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환경문제와 같은 주제들은 오히려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조사가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며, 이해당사자 간 모두 합의할 수 있는 낮은 단계에서부터 차분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지름길임을 CLRTAP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마침 4월25~26일에는 제19차 한·중·일 3국 장관회의가 우리나라 수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CLRTAP와 같은 월경성 대기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공학박사·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준영>


tomwaits@hkbs.co.kr



이창우  tomwai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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