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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본 환경세상 ➁] 猪의 습격

국회입법조사처 최준영 입법조사관

어린 시절 한자를 배우면서 궁금했던 것이 ‘象(코끼리 상)’ 자였다. 중국에 코끼리가 있을 리가 없는데 왜 저런 글자를 만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몇 년 전 ‘코끼리의 후퇴’라는 두꺼운 책을 보면서 해결됐다.


코끼리가 좋아하던 지역들은 농사를 짓기에도 좋은 땅이기에 중국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코끼리 서식처를 훼손하게 됐고, 코끼리는 이에 사람들에게 난동을 피우게 됐고, 사람들은 다시 난폭한 코끼리를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조직적으로 사냥했다.

결국 인간의 농업활동 확대는 코끼리의 후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 멧돼지가 등장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새삼 이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象이라는 글자가 중국에서 인간에 의한 환경훼손을 상징하는 존재였다면 우리에게는 ‘猪(멧돼지 저)’가 그런 존재일까?

멧돼지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국립생물자원관 추산에 따르면 2016년의 경우 전국 멧돼지 개체 수는 45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1년 35만마리에서 10만마리가 증가한 것이다. 태어난 지 2년이 지나면 번식에 나서고, 한번 출산할 때 3~10마리의 새끼를 낳으니 번식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멧돼지를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이 멸종했으니 새끼들 대부분이 성체로 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든다. 멧돼지를 먹이로 삼는 야생동물의 멸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요즘 멧돼지가 이렇게 늘었을까? ‘밀렵단속 강화’와 ‘수렵장 협소화’에 그 원인이 있다. 밀렵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멧돼지의 생존확률이 높아져서 개체 수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수렵장이 기초 지자체 단위로 설정됨에 따라 멧돼지가 인접지역으로 이동만 하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도심을 무대로 전개되고 있는 ‘멧돼지의 란’이라는 영화의 감독은 우리들 자신인 것이다.

멧돼지를 잡자!
1년에 여러 가지 경로로 사살·포획되는 멧돼지는 얼마나 될까? 멧돼지를 잡는 경로는 크게 정식 수렵장에서의 포획과 유해야생동물 포획으로 구분된다. 수렵의 경우 동계에 지정된 수렵장에서 일정 비용을 납부하고 수렵면허를 발급받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에 비해 유해야생동물 포획은 농작물 보호 등을 위해 이뤄진다.


이렇게 잡아들이는 멧돼지는 연간 2만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매일 약60마리의 멧돼지가 잡히고 있지만 멧돼지는 점점 더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의 개체 수를 적정수준으로 통제하려면 연간 5만마리 수준까지 포획량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금의 2배 이상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냥 잡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잡힌 멧돼지들 사체 방치
어릴 때 임진왜란 이야기를 읽어 보면, 왜군이 자신들의 실적을 보고하기 위해 조선군의 코와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 보냈다는 이야기를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유해야생동물 포획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꼬리나 귀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해당 부위만 잘라낸 후 나머지는 그대로 산림이나 하천 주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만 마리의 코 또는 귀 없는 멧돼지 사체가 뒹굴고 있는 것이 우리 산천의 모습이다.

사람과의 균형 유지
멧돼지로 인한 인명사고까지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내키지 않지만 일단은 개체 수 조절에 나서야 한다. 사람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린 이상 사람이 멧돼지 포식자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수렵장의 광역화와 유해야생동물 구제사업의 확대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문제는 멧돼지와 사람들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 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왔음을 멧돼지는 온몸으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중국대륙에서 밀려난 코끼리는 결국 멸종의 길을 걷게 됐다. 그렇게 인간은 동물의 서식처를 빼앗고, 산림을 훼손해 넓어진 경작지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그렇게 얻어진 경작지는 연이은 홍수와 침식으로 또 다른 재난을 가져오게 됐다. 역사책 속의 중국이 그랬고, 요즘의 아프리카에서 반복되는 모습이다.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멧돼지는 코끼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자연의 상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공학박사·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준영>

tomwaits@hkbs.co.kr


이창우  tomwai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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