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운영하고 있는 노동사건 전담 노동법원 도입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17일 노동법원 도입을 위한 노동소송법안 등 10개 법률안 제·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편향성 논란을 빚으면서 노동전문

법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법원이란 가정법원이나 행정법원처럼 노동사건만을 전담하는 전문법원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유럽과 남미에서는 노동법원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 부당해고사건, KTX 여승무원 사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 등 최근 몇년간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동사건을 보면 현행 노동소송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중복되고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는 2005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뒤 중노위, 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승소와 파기환송 후 다시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기 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시간뿐 아니라 사법작용에 속하는 권리분쟁 심판을 행위원회인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노동법원 도입 법안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지방노동법원과 고등노동법원을 설치하고 대법원에 노동사건 전담재판부를 둬서 노동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서 다루도록 했다.

노동사건에 대한 법관의 사용자 편향성과 비전문성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KTX 여승무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은 오랜 소송기간을 거친 끝에 최종적으로 노동자들의 패소로 끝났지만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일었다.

노동사건 판결의 편향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부터 25년간 정리해고·쟁의행위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전수 조사한 분석 결과, 쟁의행위 관련 노동사건 판결 408건 중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59건(14%)에 불과하고 349건(86%)은 불법 판정을 내렸다.

반면 경영상 위기로 인한 138개 정리해고 사건 중 ‘해고 무효’는 41건(30%), ‘해고 정당’ 판정은 97건(70%)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편향성 논란은 법관의 비전문성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김 의원은 “노동법은 사용자에 비해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지만, 노동문제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법관들이 노동사건을 1대1의 자유계약 관계를 중요시하는 시민법과 같이 취급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오랜 권위주의시대의 영향으로 아직도 노동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다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노동사건에 정통한 법관들이 재판을 담당하게 된다. 노동법원 도입 법안에서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노동사건 재판에 근로자와 사용자측 참심관이 참여하는 참심재판을 실시하고 참심관이 평의 및 평결에 참여하도록 하는 참여형 분쟁해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판결의 공정성과 균형감을 이끌도록 했다.

특히 노동법원 도입은 참여정부 당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검토됐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 19대 국회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관련 10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김병욱 의원은 “노동사건 소송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복잡할 뿐 아니라 법원 판결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형 노동법원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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