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토양환경보전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염부지의 특성상 ‘적극적 정화가 곤란한 부지’를 위해성평가 대상에 추가하고, 현행 위해성평가 대상 물질 13종에 석유계총탄화수소(TPH)를 추가해 14종으로 늘렸다.

정화책임자가 위해성평가 대상 확인을 신청하면, 해당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의견을 듣고 위해성평가 검증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대상여부를 최종 확인토록 했다.

토양오염 위해성평가 제도는 토양오염부지의 특성을 근거로 토양오염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위해정도를 평가하고 오염토양을 합리적으로 정화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환경부의 기대처럼 오염부지의 특성과 위해도를 고려한 맞춤형 토양오염 관리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예방이나 정화책임자의 능동적 정화분위기는 별개의 문제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토양 보호의식 없이 진행해왔던 과거의 예를 볼 때 이번 조치로 과연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노력할지 의문이다. 오염토양은 기본적으로 복원비용이 워낙 막대하고 기간도 오래 소요되다보니 제대로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줄이고 또 줄인 예산으로는 제대로 복원하기도 어렵고, 복원 완료 후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발표한 예를 찾기가 어렵다. 발주처나 시행처나 적당히 야합해 생색만 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 진다면 오히려 합법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길이 열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에 추가된 ‘정화곤란 부지’는 도로, 철도, 건축물 등의 하부가 토양오염물질로 오염돼 현행 토양오염 정화방법으로는 이행기간 내 정화기준 이하로 정화하기 어려운 곳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생활 또는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오염부지들을 도로, 철도, 건축물 등으로 국한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오염토양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인지 제도를 편리하게 운영하기 위한 것이 우선인지 의문이다.

지금 전국 각처에 구제역과 AI 매몰지 4,800여개 소에서 토양이 썩고, 지하수가 오염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런 곳은 전혀 고려가 안된다.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지만,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소중한 국토가 개발이나 산업활동, 농업활동 중 오염되지 않도록 분야별 사전 예방적 정책을 함께 만들고 적용해가야 한다.

각 부처들이 그런 의식을 갖도록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바꿔가야 한다. 환경부가 본업에 충실하면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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