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환경일보] 이찬희 기자 = 긴박하고 예측 불가능한 의제에 대해 시민이 직접 시민을 설득하는 새로운 형식의 토론회가 27일 열렸다.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진 민주주의 시스템이 시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 27도의 초여름 날씨를 보인 28일, 광화문 광장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며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직장인과 어린이,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아직 토론회가 열리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 맑은하늘만들기시민운동본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독성학회, 한국실내환경학회, 한국환경분석학회 등 전문가 및 환경단체 등이 주최하고 공기청정협회, 맑은공기연맹 등이 후원하는 미세먼지 대토론회가 27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됐다.


한국공기청정협회, 세계맑은공기연맹의 전시·체험 부스


당일 광장에는 지난 25일부터 열린 2017 서울환경교육한마당의 전시·체험부스로 가득했다. 이날 심각한 미세먼지 현황을 알리고 이를 줄이기 위한 기업, 시민단체들의 캠페인도 이어졌다. 물·자원, 생태, 에너지, 보건·먹거리 등 주제별 부스로 채워진 광장은 저녹스 보일러, 전기자동차, DPF 등 친환경 기술을 전시하는 한편,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실천 10가지 약속’을 주제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도 소개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시민단체와 학회, 각 자치구 및 교육청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시는 토론회 중 안전 및 소음을 예방하고자 세종문화회관 방향인 세종로를 전면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두 번째)이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가 시행한 사전 조사(일반인 여론조사, 토론회 신청자 대상 사전 인식조사)에는 약 1000건이 넘는 다양한 의견이 접수돼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전 조사 결과, 시민들은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의 미세먼지 조치로는 ‘중국 주요도시들과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외교 노력 강화’, ‘수도권에서 실시중인 노후 경유차량의 운행제한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약 250여 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광화문 광장은, 미세먼지 저감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민들로 인해 장관을 이뤘다.


현장에는 원탁에 토론을 돕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평균 10~11명의 토론자가 자리했다. 맨 앞 무대에는 토론진행자가 사전조사 결과를 발표 및 토론을 조율하고, 동시에 사회자가 토론에 나선 시민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하는 환경단체 원탁 토론회 모습

토론자는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우선순위를 매긴 후 그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각 테이블에 자리한 토론 도우미들이 토론 의견을 입력하면, 따로 마련된 50인으로 구성된 전문 분석팀이 최종 투표에 이르기까지 의견을 분석해 정리했다.


토론 시작에 앞서 발제를 맡은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미세먼지에 대해 소개하며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중국보다는 낮지만, 런던 등 선진도시에 비하면 최대 두세배 수준으로 높은편”이라며 “특히 대기오염의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진 멕시코 시티보다 약간 더 높다는 점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는 ▷서울시 녹지 활성화 ▷국가 간 다각적 기후 대화 채널 확보 ▷도심 미세먼지 배출시설 점검 ▷차량 제한 등의 주제로 본격적인 상호토론에 들어갔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도록 시민 의견에 대기환경전문가들의 식견이 덧붙여 정리됐으며, 마지막 투표를 통해 시민들이 미세먼지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시민 대토론회 사회자로 참여한 방송인 김제동

행사 사회자로 나선 방송인 김제동씨는 직접 참가자들을 찾아다니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정하니 어린이는 ‘하늘이 슬픈 이유’라는 자작시를 낭송하며 토론 참가자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행사 시작부터 토론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이날 나온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할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정 ▷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시행 ▷경유차 4대문 진입 제한 ▷친환경 건설기계 보일러 사용 ▷동북아 환경 외교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5대 실천약속’을 직접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 토론회에 앞서 미국 NGO 아메리카스픽스가 대형 토론으로 시민정책 참여 문화를 이끈 사례를 소개하며 시민참여 토론회를 직접 이끌었다고 평했다. 또한 서울시는 “민주주의와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것이 시민의 힘이다. 이번을 계기로 시민참여형 도시문제 해결의 모델로 토론회가 장착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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