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원(왼쪽)

2017년 유난히 무덥고 지쳐있던 어느 날, 녹색봉사단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무엇을 위해 사막에 나무를 심으려 하는가.”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안고 시작한 녹색봉사단은 매 순간순간이 도전이었습니다. 빡빡한 일정과 생소한 환경에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고,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에서의 트레킹과 무더위에 비 오듯 땀이 흘렀으며, 강한 햇빛에 피부가 심하게 상해 씻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의 초췌한 제 자신을 보며 잠시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시원한 곳에 편히 앉아있는 이 순간, 땀에 젖어 끈적이던 그 때가 그리운 건 왜일까요. 매일 밤 모여 앉아 서운함을 토로하던 그 얼굴들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느 골목의 나무 한 그루에 괜스레 고마운 감정이 생기는 건 왜일까요. 무어라 칭하기 어려운 가슴속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요.

쿠부치사막이라는 생소한 곳에서 우리는 가지를 뻗고, 헐벗은 땅을 수많은 균류들로 비옥하게 만드는 나무의 생명을 보았고, 고사리 손으로 물동이를 나르는 내몽고의 아이들과 정성스레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더욱 단단해져 돌아왔습니다.

‘우리네 아들딸들에게 큰 빚과 죄를 지어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신 권병현 대표님과 묵묵히 최선을 다해 식수 활동을 한 녹색봉사단 단원들을 통해 ‘사막이 훗날 반드시 숲으로 바뀌겠구나’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무엇을 위해 사막에 나무를 심으려 했는가” 하고 다시 묻는다면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막에, 지구에, 나 자신에게 희망을 심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오랫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글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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