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곽주린 회장

매년 봄 100여명 이상으로 구성된 한국의 청년들이 북경에서 침대열차를 타고 하룻밤을 달려 내몽골 자치구의 최대 공업도시인 바우터우(包頭) 시에 이른다. 거기에서 차량으로 두어 시간을 이동하여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우리가 겪는 황사 피해의 발원지로 알려진 쿠부치(庫布齊) 사막에 도착한다.

이어 모래바람 속에서 사막트레킹을 마치고, 모래를 씹으며 점심을 해결한 다음 사장(沙障) 조성과 나무심기 작업을 시작한다. 현지에서 합류한 미래숲 중국팀, 마을 주민·학생, 공청단(共靑團), 다라터치(達拉特旗) 인민정부, 주중 한국 대사관, 후원 기업사 직원들과 함께한다. 이후 이들은 이틀간 사막에 나무를 심고 다시 북경으로 돌아와 북경 소재 대학을 방문한다. 한·중 청년들의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친교를 다진다.

올해로 16주년을 맞는 사단법인 미래숲이 중국에서 펼치고 있는 녹색봉사단(Green Crops) 활동 프로그램의 개략이다. 권병현 대표와 미래숲의 젊은 직원들은 두 가지 모두 백년지대계라고 일컬어지는 인재육성과 나무심기, 미래 가치를 공유하고 구현해 나가는 일을 이렇게 엮어서 녹여내고자 한다. 그간 청소년 교류 사업에 참여한 인원은 줄잡아 3천 명에 육박하고 조림 면적은 2,900 ha에 이르는데, 이중에서도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녹색장성 건설, 생태원 조성, ‘Billion Trees in Desert’와 같은 기치 아래 추진되어 왔다.

그 결과 현지에 가보면 쿠부치 사막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간선도로 주변으로 방풍림을 조성하려는 시도와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활착에 성공한 조림목이 적잖이 산생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관계 기관의 노력이 치열했음을 상기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사막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숲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가깝게는 지역을 떠났던 주민들이 그곳으로 다시 돌아와 생업에 종사하고, 멀게는 그곳을 중심으로 사막화가 저지되면서 지구 환경이 개선돼 나갈 수 있을까? 사막에서의 조림을 성공시켜 그곳을 우리의 일터, 쉼터, 삶터로 바꿀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고 과학적으로 성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두 가지 필히 배워야 할 사례는 있다.
그 첫 번째는 쿠부치 사막 일원에 교목 100만주, 관목 수억 그루를 심어 4천 ha의 사막을 녹지로 바꾼 은격패생태여유지구(恩格貝生態旅遊地區)인데, 이 경이로운 위업이 가능했던 과학적 이유가 수원(水源)의 확보와 토사고정에 있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은격패는 하룻밤 사이의 폭우로 비래호(飛來湖: 갑자기 날아 들어온 호수)·천사호(天賜湖: 하늘이 하사해 준 호수)가 생기고 지하 수맥이 터져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가지게 되었고, 여기에 인간의 불굴의 의지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지금 이곳에서는 내수면 양식, 온실농업, 타조 번식업, 양묘사업, 생태관광이 산업적으로 번창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한국의 산림청이 지난 10년간 시행해 온 한·몽골 그린벨트 조성사업에서 사막화 방지 조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현지 사회와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산림청은 몽골 관계 공무원들을 초청하여 산림교육을 시켰고, 몽골 당국은 식목일(2010년)과 토지황폐화 및 사막화방지를 위한 법령(2012년)을 제정했다. 아울러 100만 그루 나무심기 캠페인(2015년)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미래숲과 현지 파트너인 공청단은 수원 확보에 의한 조림지 관리에 노력하는 한편, 지역 주민에 대한 숲 생태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판단된다. 공청단과 지역 정부는 주민의 의식변화를 위한 교육에 관한 한 특별한 경험과 뛰어난 지도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한국의 산림청 역시 숲 해설가, 숲 치유사 등과 같은 민간교육을 성공시킨 노하우와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협업이 문제일 뿐 진척은 걱정할 일이 아니고, 시작이 문제일 뿐 성과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요량된다.

한·중 당국이 함께 만든 커리큘럼으로 교육받은 현지 주민이 보살피고 가꾸는 미래숲, 교육받은 현지 주민이 주도하는 사막 생태 관광과 영농 활동, 가히 지속가능하지 않겠는가?

<글 /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곽주린 회장>


(사)미래숲과 공청단은 15년간 84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사진=곽주린>



iskimbest@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